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기업자율성에 초점을 둔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분배'를 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이회창 후보=정부의 '관치경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 98년 빅딜 당시 재계와의 돈독한 인연을 과시했다. 그는 "빅딜 문제가 거론되던 당시 전경련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만나 '기업자율로 하면 구조조정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그후 기업들이 강압적으로 빅딜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전경련을 방문했던 일을 크게 후회했다"며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어쩔수 없이 시류에 따랐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런 '어쩔수 없는'환경을 없애는 데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노사분쟁이 일어날 경우 노사 모두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야말로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은 확실한 증거"라며 "시장경제의 바탕도 법치주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후보=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으로 강연했다. '원고를 직접 쓴 것으로 보인다'라는 청중의 질문에 "유감스럽게도 대필해준 것"이라고 밝히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 후보는 '반(反)재벌적'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에 대해 "제가 '반재벌적'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고 미움도 받았다"면서 "재벌의 경제성장 공로는 인정하며 너무나 당연해서 그동안 말을 안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료집단도 우리 경제를 여기까지 끌고온 우수집단인 점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관료는 어디까지나 관료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관료의 속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원론적으로 모두 동의하지만 막상 당에 들어오는 민원을 보면 대부분이 규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야 말로 히딩크처럼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