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벤처기업협회(KOVA)와 일본 규슈 뉴비즈니스협회(NBC)가 공동 주최한 '한·일 벤처기업회의'가 규슈의 후쿠오카에서 열렸다. 양국의 교류는 '기술과 시장'이라는 벤처 성장의 지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 벤처산업은 도전의식 자율성 스피드 독창성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른바 '벤처 열풍'이 불던 초기 성장단계 때 경영 미숙 등 시행착오도 있었고,비리와 도덕 불감증 등이 빚어낸 각종 게이트와 불미한 사건으로 인해 사회의 냉랭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그 여파로 벤처투자 붐이 급속히 냉각되며 업계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벤처산업의 앞날이 매우 걱정된다.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나라경제를 위해서나 또 벤처산업의 장래를 위해서나 벤처기업의 육성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정보기술(IT)산업이 침체를 극복하고 되살아나기 위한 구체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기다. 한·일 양국의 벤처 교류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벤처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벤처 사업전략을 글로벌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 진출은 실리콘밸리나 도쿄와 같은 세계의 중앙무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출가능 지역을 발굴해 사업 초기부터 투자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규슈와 같은 지역의 벤처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가지고 투자자나 제휴 파트너를 찾고 있다. 특히 그들도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각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과거엔 초기 구축단계에서 해외 벤처에 투자하거나 파트너 제휴를 맺는 경우가 드물었지만,이제는 첫 단계부터 대한민국 울타리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규슈는 우리와 유사한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어 매우 유리하다. 규슈 같은 곳에 교두보를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일본 전역이나 아시아 각국 시장으로 세를 확장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이미 미야자키현엔 우리나라 벤처기업 20여개가 그 지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사업 중이다. 둘째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거듭 태어나려 하고 있다. 이번 규슈 벤처기업회의에 참가했던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마케팅은 일본기업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본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도약을 위한 자금과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은 힘차게 발아하는 한국 IT기업의 싹을 바라볼 것이고,조만간 투자가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의 벤처캐피털이나 대기업들도 더 넓은 시장에서의 성장성을 심층 분석해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들에 적극 투자도 하고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기술 수출보다는 사업모델의 수출이다. 우리 IT산업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발판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그 기술을 '매출'과 연결할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해 정착시키는 과제가 남아있다. 해외 수출품목은 기술과 더불어 그 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 자체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은 향후 해외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는 벤처의 성공은 기술만이 아니라 사업모델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처럼 인터넷 인구의 볼륨이 큰 나라가 많지 않으므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분야에서의 사업모델들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업모델의 수출은 비즈니스모델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을 함께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위가 세계적 규모로 성장해야 하며,거기에 벤처기업의 창조적 가치와 역동성이 파트너로서 일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많은 벤처를 품에 안아 그들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상품화해 세계 각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벤처의 성장전략이 될 것이다. hajin@hajin.com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