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이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성하는 것같아 걱정입니다.인문학 등 침체된 기초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비 지원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서울대 23대 총장으로 임명된 정운찬 총장(56)은 22일 서울대 본관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의 균형 발전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총장에 임명된 지난 20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으나 취임식은 다음달 1일 가진다. 정 총장은 "장기적으로는 기초학문이나 응용학문 중 어느 한쪽만 중심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응용학문의 토대가 되는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부실하면 응용학문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초학문 교육과 관련,"지금처럼 논문 편수와 같이 한가지 잣대로 이뤄지고 있는 교수들의 학문업적 평가도를 개선하겠다"며 "연구뿐 아니라 교육을 잘하는 교수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의 현재 상황을 '위기'로 파악했다. 그는 "위기란 대학이 사회가 기대하는 수월성(excellency)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서울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성의 권위 회복과 충분한 대학재정 확보는 물론 연구와 교육을 뒷받침할 제도적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운영에는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교수의회 등 새로운 제도를 들여와 대학운영체제를 민주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학생들 의견을 적극 듣고 교수들의 처우도 개선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법학 경영 의학 등 전문대학원 설립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였다.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아직 사회적으로나 학교로 보나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정 총장은 교내외에서 거론되는 '서울대 폐교론'에 대해 "사회적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독점적 위치를 가졌던 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대 개혁은 대한민국 개혁과 맞물려 있는 만큼 무작정 폐교론과 망국론을 주장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고 감정적"이라고 말했다. 총장 임명 후 기억에 남는 충고로 그는 '총장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는 조완규 전 총장의 말을 꼽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