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4분기 사상최대 매출과 순익을 올린데 이어 2.4분기에 이를 다시 뛰어넘었다. 간판품목인 D램값 하락에 환율불안이라는 돌발악재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깼다. 인텔과 IBM,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세계 유수기업의 실적 부진과 비교하면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러나 외형의 화려함과는 달리 업황(業況)과 직결된 영업이익이 줄어든데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또 한차례의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 사상최대 실적..고공행진 거듭 = 2.4분기 매출과 순익은 9조9천400억원과 1조9천200억원. 사상최대 실적인 지난 1.4분기 매출(9조9천억원)과 순익(1조9천억원)을 근소한 차로 넘어서며 2분기 연속 사상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반기실적도 매출 19조8천400억원, 순익 3조8천200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이라는 개가를 올렸다. 순익이 늘면서 재무구조도 괄목할만한 `체질개선'이 이뤄졌다. 갈수록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많아지면서 순차입금 비율이 1분기 -7%에서 -16%로 하락, 세계 선진기업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부채비율도 39%로 매우 낮다. 다만 영업이익이 1조8천700억원으로 1.4분기(2조1천억원)보다 10.95% 감소한 점은 2.4분기 성과를 다소 퇴색시키는 대목. 그러나 2.4분기 돌출한 대외악재로 시황이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1.4분기(21%)보다 줄기는 했지만 두자리 수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데도 순익이 증가한 것은 지분법 평가익과 대규모 외화부채에 따른 환차익 때문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 메모리.휴대폰 '주춤', LCD.시스템LSI '선전' = 삼성전자가 이처럼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은 반도체, TFT-LCD, 휴대폰 등 주력품목이 뚜렷한 편차없이 고른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에 힘입어 주요사업이 탄탄한 성장기반을 마련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부문은 당초 비수기 D램가격 하락세라는 악재를 딛고 매출이 전분기보다 0.5% 감소하는데 그쳐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동종 메모리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6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D램 부문에서 타사보다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삼성전자는 풀이했다. 여기에 플래시.S램, 시스템LSI가 이를 상쇄하는 실적(전분기 대비 25% 증가)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시스템LSI는 스마트카드와 LDI 등 비메모리제품 매출의 호조로 매출이 전분기보다 25% 증가했다. TFT-LCD는 작년말부터 시작된 가격상승세가 2.4분기 들어 한풀 꺾인 가운데에도 세계 1위의 제품경쟁력으로 매출이 전분기보다 26%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휴대폰은 전반적인 통신시장 침체와 내수 감소로 매출감소세(전분기 대비 -3%)를 보였다. 월드컵 기간의 디지털 TV 특수로 생활가전은 전분기 대비 매출이 16% 증가하며 2.4분기 실적호전에 한몫했다. ◆ 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 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으로 사상최대 매출과 순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하반기에도 실적호조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바로미터격인 D램과 TFT-LCD, 휴대폰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환율이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 성장이 한계에 이른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D램은 최근 고정거래가격 인상으로 본격적인 대세상승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지만 미국 IT경기와 PC수요 회복 지연으로 다시 약세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TFT-LCD 가격도 인하압력을 받으면서 3.4분기부터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휴대폰은 하반기 내수감소와 수출둔화에 따른 이익률 감소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환율도 1천200원선이 무너지면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균형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타사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비관적이지 만은 않다. 반도체 내에서 D램의 편중도가 50% 아래로 내려간 대신 시스템LSI와 S램, 플래시메모리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경기급변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망했다. TFT-LCD도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하반기 가격하락폭이 크지 않아 실적이 계속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환율도 거의 1천원에서 경영계획을 잡고 있어 환위험 노출가능성이 낮은편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보수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의 4조5천억원보다 크게 늘리는 등 적극적인 투자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