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해외 여행객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8월11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여행객수는 1백81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59만명보다 14%나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다. 여기에 김해 등 다른 국제공항을 통한 여행객까지 감안하면 2백만명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는 없지 싶다. 월드컵 기간중에 잠시 미루어두었던 해외여행이 방학과 휴가철을 맞으면서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원화값이 오르고 있고 무엇보다 소비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해외 여행객수를 사상 최대규모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사정은 며칠전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 그대로다. 6개월 뒤의 소비동향을 예고하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이 부문에 대한 통계조사를 시작한 98년 이후 가장 높은 110.6을 기록할 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은 것이 사실이다. 또 도소매 판매가 크게 늘고 서비스산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들도 소비경기가 전례없이 호황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낙관적인 소비심리는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이나 한달 동안의 월드컵 열기,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효과 등이 촉발한 일종의 심리적 착시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일 실물경제의 내실이나 우리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기보다는 가계대출 잔액이 3백50조원까지 불어난 가운데 우선 쓰고보자는 식의 소비심리만 한껏 부추겨놓은 결과일 뿐이라면 오늘의 낙관론은 오히려 장래의 비관적 상황을 예비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소비열기는 다소 냉각될 필요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해외여행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않다고 보지만 싹쓸이 쇼핑 등 일부의 과소비 여행 풍조까지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5월까지의 여행수지가 이미 22억8천9백만달러 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원화 환율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선진국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향후 갑작스런 경기 급랭 현상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과소비는 장래의 무거운 후유증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소비자들의 자제가 필요하지만 정부 또한 소비심리를 부추김으로써 경기를 끌어가려는 손쉬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