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5일 국무총리 서리(署理) 제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장 상(張 裳) 총리서리의 서청원(徐淸源) 대표 예방을 거부, 총리서리제도에 대한 법리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서리'란 결원이 된 어떤 직무의 직위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총리서리제가 헌법등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일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장 서리의 방문을 거부한 뒤 "우리 당은 총리 내정자가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때까지는 정식총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총리서리라는 이름으로총리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8년 2월 현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총리서리로 임명하자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이에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98년 7월 `헌법소원제기 자격문제'만을 지적하며각하, 여전히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 당시 헌재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몰라도 국회의원 개인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결정했던 것.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위헌이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제처조차도 "한시적으로 서리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임명권의 합리적인 행사로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회동의를 피하기 위해 서리제도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임명권의 남용이며 총리임명에 관한 헌법정신에도 반한다"고 유권해석하고 있다. 총리서리제도 자체가 논쟁거리이기 때문에 총리서리의 활동범위와 권한행사도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장 총리서리는 내각통할, 행정운영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총리'로서역할하되, 국회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정부측 대표로 답변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역대 총리중 '서리'의 꼬리표를 달았던 인물은 모두 20명. 내각제를 채택했던 제2공화국, 총리에 대한 국회 동의제 자체가 없었던 제3공화국, 총리서리 임명을 억제했던 문민정부 시절을 제외하면 상당수 총리가 서리를 거쳤다. 백두진(白斗鎭.4대) 최규하(崔圭夏.12대) 남덕우(南悳祐.14대) 유창순(劉彰順.15대) 김상협(金相浹.16대) 진의종(陳懿鍾.17대) 노신영(盧信永.18대) 김정렬(金貞烈.19대) 이현재(李賢宰.20대) 강영훈(姜英勳.21대) 노재봉(盧在鳳.22대) 정원식(鄭元植.23대) 김종필(31대), 이한동(李漢東.33대) 전 총리는 모두 서리에서 국회동의를거쳐 정식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신성모(申性模, 1950년.1-2대총리 사이) 허정(許 政, 1951-52년.2-3대 사이) 이윤영(李允榮, 1952년.2-3대 사이) 박충훈(朴忠勳, 1980년.13-14대 사이) 이한기(李漢基, 1987년 18-19대 사이)씨는 총리서리에서 물러났고 백한성(白漢成, 1954년.5-6대 사이)도 임시서리로 퇴장, 추후 이들을 총리로 봐야할 지 논란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