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된지 보름이 지났다. 업종별로 11개의 PL센타를 설립하고 소비자들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제품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 제도가 입법화된 후 2년반 동안의 유예기간이 있어 정부와 기업은 나름대로 사전준비를 해왔다. 지난 2000년부터 공산품과 전기용품 검사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편했고 리콜제도도 대폭 강화했다. PL 대응을 위한 시설투자에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있으며 PL 전문가 및 기업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기업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업종별 또는 지역별로 여러 차례 설명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미 세계 30여개국에서 PL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업체는 이미 상당수준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하겠으나 문제는 내수를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에 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도 제품 안전을 위한 설계 및 품질관리에는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술수준이 낮은 기업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면서도 대응태세는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PL 예방대책이나 방어대책을 재점검하고 보다 완벽한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기업에 미칠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소극적 자세보다는 품질과 제품 안전도를 향상시켜 세계시장 경쟁에서 성공한다는 보다 적극적 대책을 생각할 때다.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안전기준은 기업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개발단계부터 안전대응을 철저히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또한 안전대응은 전사적 과제여야 한다. 모든 사업장에 제품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체적으로 규칙과 매뉴얼을 정비해 작업과정에서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책임의 범위가 설계.제조상의 결함에 그치지 않고 제품 표시를 잘못한 경우도 포함되는 만큼 기업 전반의 품질 및 안전관리 체제가 완비돼야 한다. 기업이 예방대책을 철저히 시행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소비자의 불만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소비자의 클레임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히 대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별도의 민원창구 설치나 전담자 지정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민원처리 담당자를 지정해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업종별로 설치하고 있는 PL센타를 활용, 가능한 한 법정소송 이전 당사자간에 원만히 해결하는게 양측 모두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업으로서는 사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리콜을 실시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위험 분산을 위해 PL보험에 가입하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손해배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PL법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이 제도에 잘 대응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제품품질과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게 돼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비자도 과도한 클레임 제기로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주게 되면 결국 제품가격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건전한 기업이 성장,발전해 기업 및 소비자가 상생하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업종별로 운영하고 있는 PL센터가 사전적 상담.알선.화해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