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너무 영웅시되고 있다. 잘못하면 신비주의로 흐를 수 있다. 그의 경쟁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히딩크식 성공요인으로 명확한 목표와 비전제시를 거론하는 데 이렇게 어려운 말이 어디 있는가. 히딩크 자신도 명확하게 4강을 목표로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히딩크 리더십으로 추진력과 친화력을 꼽는 사람이 많은 데 이것도 추상적이고 부작용이 많은 얘기다. 히딩크 경쟁력의 원천은 리더십이 아니라 신기술의 도입이다. 리더십이란 추상적 개념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잘 따라 할 수 없는 것이고,기술은 구체적 개념으로 잘 배우면 누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략이란 통제가능한 변수를 움직이는 것이므로 히딩크 경쟁력을 리더십으로 이해하느냐,기술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전략수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분석모델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주먹구구식 분석이 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모델을 이용해서 히딩크 경쟁전략을 분석해 보면서 시사점을 찾아보자. 첫째,공격전략: 히딩크는 무작정 뛰어 다니는 단순 활동량이 아닌 순간 움직임과 피로회복 속도의 간격을 좁혀 상대를 압박하는 효율성을 체력의 기본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체력훈련도 무조건 오래 달리는 것이 아니라,'빨리 달렸다 천천히 달렸다'를 반복하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축구는 높은 수준의 공격기술을 선보였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최고의 기술을 내재한 부가가치,바로 우리 제품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둘째,수비전략: 대인방어와 지역방어를 적절히 섞어 수비범위를 넓혔다. 이때 취약해지는 것은 커버플레이로 보완한다. 상대방 공격수를 막는데 보통 세 선수가 덤벼든다. 이는 새로운 마케팅관리 추세와 일치한다. 과거에는 시장크기만을 늘리거나(reach),크기는 작아도 충분한 고객관리(richness)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는데 최근에는 이 두가지(reach & richness)를 동시에 하는 추세다. 셋째,지원전략: 박지성은 본래 라이트 윙으로 오른쪽 날개를 맡고 있다가 이천수가 투입되면 가운데로 비켜난다. 위기상황에서는 어느새 오른쪽 수비수로 변한다. 멀티플레이어다. 이는 토털사커라는 개념으로 더욱 발전한다.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한다. 선수가 볼에 가까이 있을 때는 굉장한 스피드와 스테미나가 필요하다. 관련 경영기법으로는 전사적 고객관리,전사적 품질관리 등이 있다 넷째,지배구조 및 경쟁: 히딩크는 부임하자 마자 연공서열적인 팀문화를 바꿨고,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간의 경쟁관계를 유지시켰다. 경영에서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해야 한다. 선진기술이나 경영기법을 도입할 때도 이를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포함하여 벤치마킹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외생변수: 경쟁전략은 통제가능한 변수를 움직이는 것이지만 경쟁력은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를 외생변수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정부와 축구협회의 지원,그리고 붉은악마의 응원이다. 물론 최고 공헌자는 붉은악마와 국민 모두이다. 생각할수록 멋지다. 우리 모두가 승리자다. 히딩크의 경쟁력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영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그것은 리더십이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효율적인 경쟁전략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는 한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펴본 바와 같이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한국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4등을 했는데 FIFA 랭킹에서는 22등 밖에 안된다.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는 내생변수와 외생변수가 있다고 했다. 축구실력은 내생변수에 의해 결정되고,경기결과는 내생변수와 외생변수의 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의 축구실력은 22등,경기결과는 4등이다. 우리의 축구실력을 40등에서 22등으로 올린 몫은 히딩크이고,이것을 다시 4등으로 올린 것은 우리 국민이다. 우리가 더 큰 일을 해냈다. 그래도 우리는 히딩크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