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이다. 유방 확대 등 2차 성징 발현, 자궁근 발육, 월경주기 유지, 유선관 증식 등 '건강한 여성을 만드는' 작용을 한다. 폐경기를 맞거나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에게 호르몬 처방을 하는 건 이때문이다. 처음엔 에스트로겐만 투여했으나 자궁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90년대부터 프로제스틴 병용법이 제시됐다. 그런데 두가지를 장기복용하면 유방암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심장ㆍ폐ㆍ혈액 연구소가 임상실험을 했더니 득보다 실이 커 실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1천2백만명 이상이 에스트로겐을 복용하고 이가운데 8백여만명이 혼합호르몬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80년대말부터 확산돼 전체 폐경여성의 7%(50만명), 서울 강남지역에선 20% 가량이 호르몬제를 먹고 그중 60∼70%가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같이 먹는 복합요법을 취한다(2001 한국갤럽 조사)고 한다. 여성호르몬제 사용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도 계속돼 왔다. 산부인과에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지만 골다공증 안면홍조 우울증 등 갱년기 증상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며 복용을 권해온 반면 내과쪽에선 장단점이 있는 만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고 가족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피하라는 견해를 폈다. 이번에도 NIH측은 단기복용도 좋지 않다고 밝힌 데 비해 미국 산부인과의사회는 1∼2년 정도는 괜찮다며 괜스레 중단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국내 사용자 중에도 식욕과 활기를 되찾는 등 건강상태가 좋아졌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효과가 덜하다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들어 성(性)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여성은 폐경과 함께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다. 게다가 수명연장에 따라 폐경 이후 기간도 길어진다. 호르몬요법 선택 여부에 상관없이 중요한 건 일찍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어 노화를 예방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