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10일(현지시간) 다우 9,000선이 무너지는 등 올 들어 가장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오후 4시 거래가 끝난 뒤 각 언론매체들이 뽑아낸 증권시황 제목들이 이날의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링 위의 투자자들이 타월을 던졌다" "매수자는 지금 파업 중" "난파선이 구명보트를 기다리고 있다"…. 다우가 8,800선으로 밀리고 나스닥과 S&P500지수가 5년전인 1997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워낙 충격이 큰 탓인지 증시가 크게 떨어질 때마다 등장하던 '바닥론'도 쑥 들어갔다. 평소 자신에 차있던 월가 분석가들도 이날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언제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지 더이상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자신감 상실도 이유는 있다. 최근의 증시급락세가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동향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다는 S&P500지수는 이날 폭락으로 2000년 4월의 최고치와 비교할 때 27개월 만에 무려 39.7% 하락했다. 이는 지난 73~74년 중 21개월동안 48% 하락한 이후 30년 만에 겪는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게다가 올해 주요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미국 증시는 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3년연속 하락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분위기는 비관론 일색이다. 비관론의 중심에는 기업들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있다. 엔론에서 시작된 스캔들의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다. 재수없이 잘못 밟으면 터지는 지뢰밭을 걷고 있는 게 지금의 주식시장이다. 이날도 증시는 오전에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통신회사인 퀘스트커뮤니케이션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급랭했다. 퀘스트는 32% 폭락했고 시장은 움츠러 들었다. 퍼스트알바니증권의 휴 존슨 수석투자담당임원은 "분식회계스캔들이 가라앉기 전에는 어떤 잣대로도 증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우 9,000선이 무너진 마당에 8,000선을 지킬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파트너증권의 피터 카디요 수석전략가는 "이날의 투매현상은 경험적으로 증시가 반등하기전에 반드시 한번씩 거치는 현상"이라며 "다우 8,800선이 최후의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