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의 제약회사인 머크가 분식회계 사상 최대규모인 1백24억달러 상당의 매출을 부풀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보도했다. 당초 46억달러로 알려졌던 머크의 분식회계 규모가 실제로 1백24억달러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스닥 지수선물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한국 등 아시아증시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월드컴의 분식회계 규모는 38억달러였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머크의 제약수가(Pharmacy Benefits) 관리업체인 메드코(Medco)가 소비자분담금 1백24억달러를 부당하게 매출로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분담금이란 소비자들이 약을 살 때 지불하는 돈으로 제약수가를 담당하는 업체는 소비자 분담금이 매출로 인식되는 즉시 제약회사로 이전해야 한다. 이에 대해 머크는 "소비자 분담금을 매출로 잡는 것은 제약업계의 회계 관행"이라면서 "동일한 금액을 비용으로 계상했기 때문에 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머크측은 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재까지 머크의 매출 처리가 일반회계기준(GAAP)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다우존스는 "미 기업의 회계비리가 업종을 불문하고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증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드코는 미 제2의 제약수당 업체로 6천5백만 가입자를 갖고 있으며,매출액이 머크 총매출액(5백6억9천만 달러)의 59%에 달한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