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선박 수주가 하반기들어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9-2000년 수주량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9월 미국테러 사태 여파가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발주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 올들어서는 수주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 조선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활발했던 수주활동 덕에 현재 수주잔량이 충분한 데다 올해 수주목표를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에 실적 달성에는 큰 문제가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은 타격을 받게될 전망이다. ◆ 상반기, 선가.환율하락 `2중고' = 상반기 조선업계에는 지난해 미국 테러사태 이후 위축됐던 시장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 해운시장 운임 하락 등으로 선주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돼 시장에 발주물량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 이에따라 한국조선공업협회 집계 결과, 올 1분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작년 동기대비 46% 하락한데 이어 2분기에도 아직 집계는 끝나지 않았지만 작년에 비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2분기 들어 수주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1분기보다는 감소폭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그러나 수주잔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작년에비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해서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선가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세계적인 조선동향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15만DWT급 탱커의 경우 미국 테러가 발생한 지난해 9월 4천950만달러에서 지난달 4천400만달러로, 3천500TEU급 컨테이너선은 4천만달러에서 3천350만달러로, 국내 주력수출품목인 LNG(액화천연가스)선은 1억7천만달러에서 1억5천700만달러로 떨어지는등 대부분의 선종.선형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올 상반기 국내 수출업계를 긴장시킨 환율급락 문제도 부담을 더한 요인이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가 원화와 함께 동반강세를 보여 수주활동에 큰 영향은 없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 및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하반기도 불투명..실적달성에는 지장없어 = 조선시장 경기에 대해 당초 3분기께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다시 침체에 빠져들 기미를 보이면서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대량 발주가 이뤄져 시장이 과잉 공급된데다미국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해운, 조선시장 위축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하반기 적극적인 영업전략으로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들어 현재까지 LNG선 5척 등 선박 12억5천만달러, 해양플랜트4억3천만달러를 각각 수주, 올해 총 수주목표(선박 20억달러, 해양플랜트 10억달러)의 60%, 40% 이상을 달성한만큼 나머지 물량을 채우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선박 수주목표 31억달러)과 삼성중공업(선박.해양플랜트 수주목표 30억달러)도 아직까지는 수주량이 올해 목표치의 절반도 못 미치고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대규모 수주 프로젝트가 곧 성사될 것으로 보여 실적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다만 선가하락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하반기에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물량을 채우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제품의 질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선가가 최근 바닥을 치고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선가가 최악이었던 지난 99년의 악몽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