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 서해도발 의도와 대응 .. 柳浩烈 <고려대 북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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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이를 저지하려는 우리 해군 고속정을 향해 기습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1999년 6월 '연평 해전'이 있은 지 3년 만의 일이다.
지구촌 대축제인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사상 최초로 대한민국팀이 3,4위전을 치르는 바로 그날 이같은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북한에서도 지난 두달 동안 10만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의 '아리랑축전'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우리 측의 16강,8강전을 녹화 방영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 상황에서 이같은 군사도발사태는 혼란스럽다.
북한은 왜 무력도발을 한 것일까. 교전 당시의 상황을 볼 때 이번 북한의 도발은 꽃게잡이철의 우발적 총격으로 볼 수는 없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도발 상황에서 그 배경과 그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선제공격의 명령권자는 누구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첫째,지난 99년 '연평 해전'의 참패를 설욕하려는 북한 해군의 전격적인 보복공격 가능성이다.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남한과의 해전에서 대패했다는 것은 북한군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을 것이며,당하면 백배 천배 보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점을 상기한다면,이번 선제 공격은 그러한 공언을 실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99년 이후 북한 해군에는 남측의 차단기동이 가동될 경우 선제공격으로 대응하도록,그리고 선제공격일 경우 반드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 등의 지침이 하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해군으로서는 이러한 공격 지침에 따라 우리측에 일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그러한 지침과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왜 6월29일을 작전일자로 삼았을까.
올해에만도 10여차례 NLL을 침범했던 북한 경비정은 그 때마다 우리측 경고 방송으로 NLL 북방으로 회항했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북한군이 해상 교전지침만을 충실히 이행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 상황으로 보더라도 의도적인 남하와 기습적인 공격에는 북한군 최고위급 명령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군부는 북한체제 수호의 최후 보루이자 현재 북한을 이끌어가는 집단이다.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도 북한군이 관련된 핵심사항들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경의선 연결사업,금강산 육로관광 등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물론 NLL문제를 포함,한반도의 평화와 관련된 사항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북한군은 집단적 의사결정체로서 남북간 교류협력에 관심이 없거나,이를 못마땅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군이 자신들의 의지와 실력을 제2차 서해교전을 통해 표명한 것일 수도 있다.
셋째,북한은 수령 유일체제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은 남북화해협력,북한의 개방과 변화,자주적 수령체제를 고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고정책결정자로 알려져 있다.
아리랑축전을 16일간 연장하면서까지 남한측 관람객을 유치하도록 하면서도 미국을 상대로 핵 미사일 테러 및 인권문제 등을 협상해야 하고,남한의 대선정국에도 대처해야 하는 복합적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내에 파벌이 조직화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책노선과 충성도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집단들이 존재한다면 김 위원장도 이런 북한내 권력관계에서 초연할 수는 없다.
이번 서해도발의 경우 최소한 그러한 상황에 대해 묵인 동조하거나 또는 보다 큰 전략적 필요에 따라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경비정에 의한 도발은 그 진정한 의도와 배경이 아직은 불분명하고 불투명하다.
그러나 단순 우발적 사건이 아니란 점에서 우리로서는 모든 경우를 상정한 현실적 판단과 철저한 대비태세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안이한 사태 인식이나 희망에만 근거한 대북접근은 제3,제4의 교전을 피할 수 없으며,그러한 상황 발생에 대한 책임은 도발을 감행한 '악랄한' 북한에만 있지 않다.
yoohy@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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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