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물량 위주의 실업대책이 질(質)중심,취업 취약계층의 고용안정정책 중심으로 전환된다.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주요 대기업 인사 노무 담당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용적책 운용방향 설명회에서 "최근의 고용사정이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으나 여전히 청소년 실업률이 높고 고령자,여성,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양 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실업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이어 "특히 올해를 취약 계층 중심의 고용안정 대책으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고 청소년,고령자,장기실업자,여성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굳이 정부 재정을 소모하지 않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자칫 불황기때의 기존 정책을 고집할 경우 인력난과 임금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 실업자의 조기취업 지원=현정부의 기존 실업대책은 외환위기 직후 실업자 구제 및 생계보전형으로 출발,올해 5천2백32억원의 예산이 확보된 공공근로사업과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정보기술(IT) 등의 교육훈련이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물량 위주의 실업대책을 줄이는 대신 구조적으로 실업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장기실업자의 조기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 기금의 고용촉진 장려금 지원요건 등을 완화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고령자,청소년,장기실업자 등 대량실업 극복 과정에서 관심이 부족했던 취약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가불안,미국경제의 회복 지연 등 대외불안 요인을 고려해 올하반기부터 고용사정이 본격 회복될 때까지 기존의 고용정책에 대한 미세조정을 통해 단계적인 방향전환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공근로 등 이미 확보된 올해 실업대책 예산은 예산 집행의 완급을 조절해 경기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내년도 실업대책 수립 및 예산편성도 이러한 사업 수요 등을 반영해 축소할 방침이다. 강제적인 일자리 창출 지양=정부가 기존의 실업대책에 대해 메스를 들이댄 것은 근본적으로 과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경기에 대한 대응책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재정 지출을 줄여 시중에 넘치는 돈과 급팽창하고 있는 노동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민간부문의 노동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정부가 앞장서 노동수요를 부풀릴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방향 선회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펴낸 경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와 건설투자 등 고용흡수력이 높은 내수의 견조한 증가세로 올해 실업률은 전년도(3.7%)보다 크게 낮은 3.0%에 머물 전망이다. KDI는 특히 실업률이 1.4분기 3.6%,2.4분기 2.9%,3.4분기 2.6%,4.4분기 2.8% 등 갈수록 낮아져 하반기에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공근로사업이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인력부족 및 임금상승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기존의 실업대책과 관련된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우선 공공근로사업 규모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재경부는 5월초 가진 경제동향설명회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해온 공공근로사업을 위주로 한 실업대책 예산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강제적인 일자리 창출 차원의 공공근로사업이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대신 실업대책의 내실화가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실업대책 핵심부처인 노동부내에 운영하고 있던 실업대책추진단을 여성,장기실업자 자활대상자 등을 중점 지원하는 고용지원과로 재편하고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장애인 등 취업취약 계층 지원=현재 논의중인 새로운 실업대책의 기본틀을 살펴보면 우선 청소년의 경력형성 및 취업능력제고 강화 장기실업자 취업지원 강화 고령자.장애인 등 취업취약 계층의 고용촉진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자활사업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청소년 실업률의 지속적인 하락에 따라 단기일자리 제공 중심의 청소년 실업대책을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연계지원 강화"등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고용안정정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추진중인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의 정착 및 제도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1년 이상의 장기실업자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화된다. 장기실업자 고용촉진 장려금의 지원요건 완화를 통해 이 제도의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고령자.장애인 등 취업취약 계층의 고용촉진에도 주력한다. 근로자 모집.채용.해고시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규정 제정을 추진(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하고 연장고용장려금을 도입해 고령자 고용촉진을 적극 유도하게 된다. 또 장애인 고용의무 대상 사업주의 범위를 오는 2007년까지 3백인 이상에서 1백인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