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독일을 꺾고 통산 5번째 월드컵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축구황제' 펠레를 앞세워 58년과 62년, 70년 등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구보관했던 브라질은 94년에 이어 다시 8년 만에 FIFA컵을 다시 가져옴으로써 앞으로12년간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며 세계 최강의 명성을 누리게 됐다. 또한 월드컵 72년사에 유일하게 모두 얼굴을 내민 본선 개근국으로서 32년 만에본선 전승 우승의 위업도 달성하는 한편 8차례씩 우승컵을 나눠가졌던 남미와 유럽간의 힘의 균형을 깨트리며 경제난으로 실추된 남미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21세기 첫 월드컵을 품에 안기까지 브라질이 걸어온 과정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본선에서는 강호들의 잇단 탈락 속에 대진운까지 겹쳐 우승을 향한 행보가 비교적 순탄했지만, 브라질이 넘어야했던 남미 지역예선의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험난했다. 브라질은 본선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만큼 안팎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양강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외에 포르투갈과 잉글랜드가 결승에 오를 전력으로 평가하면서 브라질을 독일,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8강 전력으로 분류했던 게 사실. 브라질의 위상 추락은 스타들의 해외 엑소더스 속에 심각한 경제난으로 국내리그가 침체에 빠지면서 빚어진 예고된 수순이었다. 스타디움의 조명탑을 밝힐 전력이 부족해 야간경기가 취소되는 와중에서도 축구계 인사들은 사리사욕에 급급한 나머지 이전투구를 계속했고, 이는 삼바축구를 나락으로 빠트리는 데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남미예선 도중 감독이 4차례나 바뀌고 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 및 선수들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과 의회에 줄줄이 불려다니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쌓는다는 것자체가 무리였다. 브라질은 남미예선에서 무려 6번이나 패하는 수모 끝에 막판 저력을 앞세워 본선 티켓을 땄지만 `삼바축구는 물건너갔다'는 냉소만이 영원한 우승후보 앞에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자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정상을 향해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했다. 조별리그에서 터키, 중국, 코스타리카를 연파하더니 8강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투혼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삼바축구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브라질의 선전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프랑스와 86년 멕시코대회 우승 이후최강의 전력이라던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같은 저력은 대진운이 좋았다는 점도 있지만 때를 맞춰 부상에서 회복한 호나우두와 화려한 부활과, 대표팀의 조직력을 시기적절하게 끌어올린 스콜라리 감독의지도력이 어우러진 결과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호마리우를 대표팀에서 제외시킨 감독의 팀 우선주의는 팀내 갈등의 벽을 허물고 선수단에 집념과 투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우승의 숨은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악전고투 끝에 삼바축구의 명예를 지킨 브라질의 우승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뭉쳐 만들어낸 팀워크의 결실이나 다름없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