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해온 미국식 회계기준에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말 엔론사태 이후 미 기업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라는 미국식 회계기준이 해외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는 다른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 유럽의 경영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식은 회계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해 오히려 조작하기 쉽다는 것이다. 영국 공인회계사회의 피터 위만 회장은 "규정만 형식적으로 지키면 돼 편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최대 정보기술업체 중 하나인 IBS의 아나돌리 카라친스키 사장은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회계제도가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으나 이상적인 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27일자)에서 "미국식 회계가 규범적이고 형식적이어서 기업의 진실을 담아내는데 실패했다"며 "미 회계개혁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행 각국의 기준은 물론 오는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의 역내 모든 상장기업에 적용될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은 포괄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어 미국식보다 조작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식 기준은 특정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라도 지분 3% 이상을 다른 기업이 보유하면 연결재무제표에서 SPC를 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유럽식은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기만 하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엔론이 SPC를 분식회계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미국식이 이런 맹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이 세계표준이 되도록 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미 회계기준의 위상 추락은 나아가 이를 기준으로 회계개혁에 나서려는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의 움직임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문위원을 지낸 시마다 하루오 게이오대 교수는 "미국 기업의 잇단 회계스캔들은 미국을 모델로 회계개혁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