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꽉 메운 붉은악마들이 혹시 난동을 부리지나 않을까 걱정했으나, 오히려 우리를 진심으로 축하해줘 감동했습니다" 경기장 한 구석에서 자국팀을 응원했던 독일인들은 승리를 자축하기에 앞서 아쉽게 지고서도 의연하게 대처한 붉은악마들과, 한국 축구팬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동료 4명과 함께 한-독전을 관람한 독일인 페터 몸바우어(34)씨는 26일 "축구장에 많이 가봤지만 경기가 끝난 뒤 한국처럼 멋진 분위기는 느껴보지 못했다"며 "특히 붉은 악마의 매너는 좋았고 승리와 축제를 함께 누리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4강전을 보러 이틀전 독일에서 왔다는 마이크 판비츠(14)군은 "경기장 안팎에 한국 축구팬이 너무 많아 난동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며 "축구팬의 자세를 한 수 배우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디 펠러 감독의 별명이 적힌 독일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응원가를 부르던게오르그 호이프틀링(36)씨는 "일본에서 한국까지 독일팀의 경기를 대부분 지켜봤지만, 오늘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보다 우리를 훨씬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한국인들에게 감동했다"며 "특히 경기장 안팎이 온통 붉은 물결을 이뤘던 한국인들의 축구사랑이 정말 멋져 보였다"고 감탄했다. 한국생활 10년째인 독일어 교사 하우란트(46)씨는 "독일은 이미 월드컵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한국이 이겼으면 했다"며 "한국인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에서 벗어나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것이 놀라웠고, 한국인들이 아깝게 지고서도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