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5대 회계법인의 하나인 KPMG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방에서는 물론 제2의 시장인 유럽에서조차 부실회계 시비에 휘말려 곤경에 처한 것. KPMG의 위기는 지난 4월 찾아왔다. 4월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제록스의 순익 과다계상을 방조한 혐의로 감사법인인 KPMG에 소명을 요청했다. 이에 소프트웨어 업체인 페레그린 등은 자사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KPMG를 다른 회계법인으로 교체했다. 악재는 유럽에서도 꼬리를 물었다. KPMG가 회계감사를 맡았던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콤로즈사의 전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전격 구속됐다. 가공거래를 통해 매출의 97%를 부풀린 혐의다. KPMG는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35건 '회계실수'를 발견했다고 실토했다.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 시점에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물론 FIFA는 KPMG의 주요 고객이다. KPMG가 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유럽의 기업중 일부는 회계법인 교체를 고려중이다.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KPMG도 자칫 아더 앤더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