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좀처럼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최근 두세달 동안 연중 최고치에 비해 17.5%와 31.8%가 떨어졌다. 거래대금도 3,4월 활황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침체를 보이는 배경에는 세계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올들어 5월까지 주식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3조5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주식공급이 크게 늘어난 점등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수급불균형 같은 시장 내부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있어 우려를 갖게 한다. 코스닥 종목의 76%가 연초보다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있는 것이나,주가가 매입 당시의 시세를 밑돌아 일부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손절매(로스 컷)에 나서고 있는 등이 수급상황에 대한 비관에서 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참가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하반기 경제상황과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출호황을 예상해 지난 3∼4월에 큰 폭으로 올랐던 수출관련주의 하락폭이 최근들어 내수주보다 깊은 것은 수출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불안한 국제금융시장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벌써 두달째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는 경기 전반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걱정스런 측면이 있다. 증시활황→민간소비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이 근본적으로 뒤틀릴 소지마저 충분하다. 아직 경기회복세가 분명하지 않다고 본다면 증시침체가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그것이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면서 민간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는 증시가 심각한 동요를 일으키지 않게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나친 주식공급이 허약한 증시를 압박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공개 일정을 시장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수출기업의 채산성 확보와 기업의 투자심리를 진작시키기 위해 환율관리와 저금리 기조 유지에도 힘을 쓰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을 건실하게 끌고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장은 심리적 요인에 민감한 만큼 당국자들은 발언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즉흥적인 발언이나 경제의 일면만 보고 정책기조를 바꾸는 듯한 발언을 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