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며 4강에 올랐다. 세계는 놀랐고 우리는 감격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히딩크가 이끄는 우리 축구대표팀이 피땀 흘려 준비해온 실력에 대한 정직한 보답이었고,온 국민이 기꺼이 '붉은 악마'가 되어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성원해준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제 우리는 4강의 벽을 넘어 월드컵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승컵 못지 않게 의미있는 것을 거머 쥐었다. 바로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찬 국민적 에너지가 그것이다. 월드컵을 통해 확인된 폭발적인 국민적 에너지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펼쳐 나갈 미래의 가장 든든한 밑힘이 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듯이 작금의 우리 사회는 거침없는 자신감과 뜨거운 열정을 쉼없이 뿜어내는 사회,국민적 에너지가 폭발하듯 넘쳐나는 그런 사회다. 말 그대로 '핫 소사이어티'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IMF의 겨울 한파 속에 얼어붙었던 그런 사회가 아니다. 월드컵을 통해 새삼 확인한 우리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국민적 에너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음울한 패배주의를 말끔히 씻어내고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가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고,또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벅차 오르는 뜨거운 열정의 사회, 곧 '핫 소사이어티'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탄생시킨 '핫 소사이어티'는 믿을 수 없으리 만큼 폭발적인 국민적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있다. 그 폭발적 에너지의 분출은 종래 우리가 경험한 억압에 대한 반발으로서의 '네거티브 에너지'가 아니라,환희에 넘치는 자신감으로서의 '포지티브 에너지'다. 한(恨)풀이 같이 뭔가 뒤틀린데서 나오는 '부정의 에너지'가 아니라,낙관과 자신감에 바탕한 '긍정의 에너지'인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핫 소사이어티'는 바로 이 새로운 낙관과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사회다. 또 우리가 목도하는 '핫 소사이어티'는 뜨거운 열정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쉼없이 전파되는 '감성 바이러스의 사회'다. 단언컨대 5백만명이 넘는 거리응원이 가능한 사회는 이 지구상에 대한민국 밖에는 없다. 그것은 관제동원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돈주고 시킨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우리 국민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국민들은 '비 더 레즈',즉 '붉은 악마가 되자'는 감성 바이러스에 기꺼이 감염돼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핫 소사이어티'를 이뤄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거리응원으로 넘실대는 붉은 물결은 구시대의 '레드 콤플렉스'마저 가볍게 날려버렸다. 붉다는 것에 대한 이념적인 고정관념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씻겨지고,냉전적 사고방식의 터부가 더 이상 자리잡을 여지조차 없게 되었다. 이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던 레드 콤플렉스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레드 콤플렉스'의 냉전적 사고방식에 갇혀 신음하는 사회가 아님을 '붉은 악마들의 붉은 물결'이 새삼 확인시켜 준 셈이다. 오히려 이제는 '레드 콤플렉스'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만큼 레드 콤플렉스는 폭발하는 국민적 에너지 속에서 한갓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핫 소사이어티'는 그 어떤 콤플렉스로부터도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히딩크와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그리고 '붉은 악마'들은 열정적인 국민적 에너지에 불을 댕기면서 한국사회를 '핫 소사이어티'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핫 소사이어티'는 '쿨 리더'를 필요로 한다. 월드컵 이후의 들뜬 사회적 분위기를 적절하게 잡아주면서,마치 원자탄의 뇌관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의 감속제처럼 지속적인 에너지를 적절하게 방출할 수 있게 조절할 능력이 있는 그런 '쿨 리더'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 활약해야 한다. 그래야 '핫 소사이어티'로서의 한국사회가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고,우리가 그 승리를 맘껏 향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atombit@netian.com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