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한국선수들은 경기가 끝난뒤 4강진출의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의 주역 이운재 골키퍼는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아주 잘 차는 선수라면 나도 막을 수 없다.그러나 스페인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침착하게만 하면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홍명보는 "어렸을때부터 전문키커 역할을 했지만 오늘은 부담이 많았다. 어제 돌아가면서 승부차기 연습을 한게 도움이 됐다. 우리 선수들은 현재 전체적으로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체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다음 경기의 관건이다. 독일전은 자신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선홍은 "마지막 기회가 왔을때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안들어 간 것 같다. 상암에서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팬들이 정말 든든해서 자신있게 찰 수 있었다. 독일은 세트플레이가 뛰어나지만 수비에 문제가 있다"고 자신했다. 이천수선수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고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승도 자신있다.독일보다 우리가 체력적으로 훨씬 앞선다"라고 말했다 .광주 월드컵구장 남쪽 관중석에 자리잡은 붉은 악마는 경기에 앞서 국가가 울려퍼질때 태극기와 함께 고구려벽화 그림 바탕에 한자로 "고구려지손 대한민국(高句麗之孫 大韓民國)"이라고 쓴 깃발과 함께 히딩크 감독을 위해 "네덜란드에 감사한다"(Thanks,Kingdom of Netherlands)라고 적힌 깃발을 내 걸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중 물먹는 연기로 능청을 떨어 긴장된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후반 30분께 송종국의 볼트래핑이 터치라인을 벗어났다는 선심의 판정이 나자 히딩크감독은 손을 눈에 갖다대며 "그것도 제대로 못 보냐"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를 본 주심이 히딩크 감독에게 주위를 주기 위해 다가오자 히딩크는 발 밑에 있던 물통을 들어 입에 대더니 주심도 먹어보라며 물통을 건넸다. 엄숙한 표정으로 다가오던 가말 간두르 주심도 웃음을 지으며 물러섰다. .연장 전반 10분께 스페인 모리엔테스의 슈팅이 한국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이겼다"라는 응원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는 골포스트를 맞추면 진다는 축구계의 속설이 있는데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프랑스 등 강팀들이 골포스트를 맞춘 뒤 득점을 하지 못해 탈락했기 때문.모리엔테스도 골든 골의 기회를 놓치자 머리를 감싸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이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는 순간 히딩크 감독은 비탄에 잠긴 스페인의 라울,이에로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히딩크 감독은 잠시 후에는 끝내 울음을 터뜨린 모리엔테스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기도 해 스페인리그 감독(레알 마드리드)시절부터 다져진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경기장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광주시가 마련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일본의 민속 북놀이패인 "와지마 고진조 다이코(御陣乘太鼓)"는 기이한 탈과 전통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7명의 공연단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은 에지리 히로유키 씨는 공연을 마친 후 "일본은 졌지만 한국은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며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해 또한번 큰 박수를 받기도.광주시 문화행사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춘상 전남대 교수는 "한.일 공동개최이기 때문에 특히 일본의 전통공연을 많이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월드컵기간 80여가지의 각종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광주=조재길.정대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