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월드컵과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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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월드컵 8강 진출을 마치 자기네 경사인 양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수천명의 일본인들이 재일교포들과 어울려 한국팀을 응원하는가 하면, 신문 방송 등 매스컴도 연일 '한국의 투지와 정신력'을 배워야 한다며 한국을 한껏 치켜세우고 있기도 하다.
일본 축구협회장인 오카노씨는 "비록 일본은 졌지만 한국이 잘 싸워 4강 아니 결승전까지 가기를 기원한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국 축구를 '육탄전'으로 비유하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리긴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부러움 일색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일본의 이러한 찬사에 다소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경쟁관계여서 분명 시기하는 감정이 있을텐데도 왜 갑자기 '한국찬양'으로 들썩이고 있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한국찬양 보도가 일본인들의 진실된 마음일 것이라고 우리는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으나,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흔히 일본 사람들을 지칭하며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을 곧잘 한다.
표현은 번드르르한데 속내(행동)는 그렇지 않다는 뜻일 게다.
이는 한.일 양국의 오랜 애증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직도 두 나라 사이에는 수십년간 계속되는 현안들이 많다.
정신대 보상문제, 독도 영유권 다툼, 북송교포 재일교포의 법적지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된게 없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만 해도 '통석(痛惜)의 염'이니 하면서 천황과 수상이 기회있을 때마다 사과하고 있으나, 각료들은 돌출발언을 일삼아 일본의 저의를 의심케 한 일이 부지기수였다.
두 나라 사이에 깊게 패였던 불신의 골이 월드컵을 통해 해소되는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세대가 바뀌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과거사에 대한 앙금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도 양국의 선린관계에 큰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 해도, 항상 휴화산처럼 도사리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근본적 해결없이 한·일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