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최고의 날로 기록된 8강 진출 드라마는`부딪히고 넘어지고 깨지고'를 반복한 육박전이었다. 양 팀 합계 파울 수 50개. 왼쪽 수비수 김태영은 헤비급 복서 출신 스트라이커 비에리의 팔꿈치에 얻어맞아 코피가 터졌고 박지성은 무려 6번이나 상대 수비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김남일은 볼을 다투다 넘어져 급기야 들것에 실려 나갔다. 카테나치오(빗장수비)의 진수를 보여주려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태클은 거칠고날카로우면서도 예리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 갈고 닦은 `빅 리그' 소속의 `반칙왕'들은 마치`파울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히딩크 사단의 전사들도 몸싸움과 투지 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파울은 한국이 더 많이 했다. 경기 공식기록지에는 한국이 27개, 이탈리아가 23개의 파울을 기록했다. 비에리와 델 피에로, 토티의 매서운 돌파를 막기 위해 한국 수비수들은 아낌없이 몸을 내던졌고 모레노 주심은 휘슬을 입에 물었다 뗐다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117분의 격전이 이어지며 양 팀에서 무려 9개의 경고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팀에서 최진철, 김태영, 송종국, 이천수가, 이탈리아에서 코코, 자네티, 톰마시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토티는 시뮬레이션 경고를 포함해 경고 2장으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파울 중에는 `악성'이 많았다. 깊은 태클과 팔꿈치 가격, 끈질긴 유니폼 잡아끌기는 한국 선수들을 끊임없이괴롭혔다. 후반 중반까지 한국이 카테나치오의 벽에 막혔던 것도 교묘한 파울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더 이상 양순한(naive)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질타를 받았던 한국 선수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한국도 거칠게 맞불을 놓으면서 이탈리아의 `상흔'도 상당했다. 코코는 전반 42분 헤딩볼을 다투다 동료 톰마시와 충돌해 왼쪽 눈자위가 찢어졌다. 얼굴에 유혈이 낭자했고 붕대를 감고 모자를 뒤집어쓴 뒤 다시 그라운드로 나서야 했다. (대전=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