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가 16강 고지에서 행군을 멈추면서 프랑스 출신의 `하얀 마법사'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쉽게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일본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16강진출의 숙원을 이뤄낸 트루시에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18일 열린 터키와의 16강전에서 패한 뒤 트루시에 감독은 "위대한 일본의 도전은 이제 끝났다. 지난 4년간 이 팀을 이끌어 온 것이 자랑스럽다"며 떠날 것을 암시했다. 일본축구협회도 트루시에 감독이 떠난다면 굳이 붙잡지 않고 조속히 차기 사령탑을 물색해 2006년 독일월드컵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어서 그가 일본 대표팀을 더 이상 맡지 않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84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가 18년이란 기간에 일본을 포함해 11개팀을거친 것에서 보듯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찾아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전망에 무게가 실리게 한다. 따라서 일본 잔류 여부보다는 그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세계 유수의 클럽 및 국가에서 트루시에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만신창이가 된 프랑스 국가대표팀. 조만간 경질될 것으로 알려진 로제 르메르 감독의 후임으로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만약 그가 공식적인 제의를 받는다면 트루시에는 재고의 여지없이 조국을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수시절 프랑스 프로축구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트루시에로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지도자로 성공한 뒤 `금의환향'하는 의미도 있다. 프랑스 감독직이 여의치 않는다해도 그가 지휘봉을 잡아주길 원하는 곳은 많다. 지난해부터 스코틀랜드 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프랑스 1부리그 마르세유도 그의 영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그가 어디로 가든지간에 98년 9월 일본 열도를 밟은 이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고 이제는 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은만큼 일본축구사에 큰 존재로 남을 것만은 분명하다. (미야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