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한민국 부르짖는 이유..金一燮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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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미국 민족은 없지만 성조기 앞에서는 모두가 미국인이 되며,미국 정부는 그러한 미국 국민들의 권익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 왔다.
반면,우리나라는 국민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아본 체험이 극히 드문 나라였다.
평소에는 거들먹거리고 호의호식하지만,외부의 위협이 닥치면 제일 먼저 줄행랑을 쳤던 것이 이 나라 지배계층이었고,우리나라는 지배계층에서 영웅이 거의 나오지 못한 드문 국가 중 하나였다.
영웅은 항상 의병 농군 학생 시민 등 민초(民草)의 몫이었다.
그래서 민족의식은 있지만 국가의식은 희박한 것이 우리 국민이다.
그러던 우리 국민들이 왜 탈북자들도 택하기를 망설였던 '대~한민국'을 그다지도 열렬히 부르짖게 됐는가?
2002월드컵은 우리 국민들이 국가를 민족에 우선해 인식한 최초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사의 주역은 붉은악마 응원군단이 이끄는 '전 국민'의 몫이었다. 되돌아 보면 우리나라의 월드컵 열기는 프랑스와의 평가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9·11테러의 후폭풍에다 '4대 게이트'와 '홍삼 사건'에 밀려 일본보다 월등 낮은 열기가 이번 월드컵을 실패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걱정은 사실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그러던 월드컵에 왜 우리 국민 모두가 열광하기 시작했을까?
첫째,꿈·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처녀 출전한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의 참패는 논외로 하더라도,1986년부터 4회 연속 출전한 본선에서 우리나라는 한번도 승리를 거두어 본적이 없었다.
이번의 월드컵 역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의 면면이나 실력이나 성적이나 본선이 임박할 때까지는 '그렇고 그랬던'것이다.
프랑스와의 평가전이 있기 전만 해도 많은 국민들에게 월드컵 16강의 꿈은 '꿈'으로만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최국 16강 진출의 전통을 지켜낸 우리 대표팀에 대해 이제 우리 국민들은 무한한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한국 대표팀이 세계 정상급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 국민들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참여와 오너십이 있었다.
프로들의 경기는 보는 자체로도 재미있고 열광하게 되지만,관객이 경기 참여자가 될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사전에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시청앞 광장,광화문 네거리,잠실운동장,극장,호프집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장소들이 국민들에게 참여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월드컵 경기가 대표팀만의 시합이 아닌 국민 전체의 잔치가 된 것이다.
셋째,우리 국민들이 그토록 목말라했던 탁월한 리더십을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히딩크 경영학,히딩크 리더십에 이어 히딩크 교,히딩크 당까지 나오는 판이다.히딩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환경요인은 간단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그를 믿고 맡기고 기다려줬기 때문이다.
또 히딩크는 대표팀의 목표를 역량보다 월등히 높이 제시하고,체력 정신력 팀워크 등 기본 역량의 향상에 힘쓰며,공정한 선수 평가와 선발,팀의 성패를 모두 본인이 책임지는 탁월한 리더의 모습을 그대로 실천했다.
초기의 조정과정을 참지 못했던 언론의 설익은 비판에 초연하고,오로지 본선에서의 성공을 위한 사이클 관리를 훌륭히 이루어낸 그에 비해 정치지도자들의 식상한 모습에 낙담하던 우리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다.
모처럼 맞은 월드컵 개최를 통해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전 세계의 TV화면을 통해 알려진 한국민의 역동적인 응원 장면과 IT강국의 이미지를 국가이미지를 일류화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88올림픽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화염병 데모 화면으로 무너뜨린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둘째,조직의 성공을 원한다면 자격있는 리더를 만나야 한다는 평범한(?) 원리를 다시 한번 깨닫자.인적자원이 우수하다고 해서,천연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시기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 이들 자원을 아우르고 모두의 공감을 받는 도전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공정한 인사를 실천하며 조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게 만드는 리더만이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ilsupkim@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