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와 국내 주가의 하락 영향으로 지표 금리가 3월초 이래 처음으로 5%대로 하락했다. 5월중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6월 들어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채권 매수세는 위축되지 않았다. 금리 급락을 우려하는 한국은행의 발언에 금리 하락세가 주춤했지만 외국인 중심의 선물 매수세는 유지됐고 곧 금리는 다시 하락했다. 17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하락한 5.98%를 기록했다. 지난 3월 5일 5.93%를 기록한 뒤 최저 수준이다. 금리는 6.05%로 하락 출발한 뒤 오후 들어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5%대로 내려간 뒤 한때 6.00%로 낙폭을 좁혔지만 곧 다시 하락했다. 5년 만기 2002-5호 수익률은 0.08%포인트 하락한 6.38%로 마감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7%포인트, 0.04%포인트 하락한 5.94%, 5.41%를 가리켰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큰 폭 하락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가운데 AA- 등급 수익률은 0.08%포인트 하락한 6.80%, BBB- 등급 수익률은 0.08%포인트 하락한 10.74%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이틀 연속 상승했다. 9월물은 5만1,836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41포인트 상승한 104.58로 마감했다. 6월물은 5,122계약 거래되며 0.26포인트 오른 105.05를 기록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은 3,088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3,873계약 순매수했다. 이날 국고 10년물 입찰에서는 예정금액 5,000억원 전액이 금리 연 6.79%에 낙찰됐다. 이날 입찰에는 22개 기관이 55건, 1조150억원으로 응찰했다. 낙찰된 물량은 오는 19일 국고 2002-6호에 통합 발행된다. ◆ '정책'보다는 '미국 시장' = 지난주 다소 차별됐던 한국과 미국의 채권 시장은 다시 동조화하기 시작했다. 이날 금리 하락은 지난 주 금요일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채권 수익률이 소비자신뢰지수 급락 등으로 0.10%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그럴 듯 하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백송호 팀장은 "지난 주에는 한국은행 정책 변수가 미국 시장 변수를 눌렀지만 오늘은 미국 변수가 정책 변수를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은행 관계자는 오후 들어 지표 금리가 5%대로 내려오자 금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는 한은 관계자의 발언으로 잠시 멈칫 했으나 다시 낙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5%대 안착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LG투자증권의 윤항진 연구위원은 "주후반 발표되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 월말 발표되는 국내 경제 지표가 호전될 것으로 보여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금리는 다시 6%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주 금요일 장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 막판 낙폭을 회복했다"며 "미국 주식시장도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우선 18일 실시되는 통안채 입찰이 국내 채권 시장에서는 가장 큰 변수다. 마이다스에셋의 백 팀장은 "한국은행의 오늘 발언을 해석할 때 한국은행이 5%대 금리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통안채 입찰 물량이 다소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