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전국의 市長들에게..金鎭愛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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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 동안 지방도시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동네도 돌아보고 시민들의 모습도 보고 인사들도 만나고 공무원들도 만났다.
가장 큰 소감. '시장(市長)은 정말 중요하구나-'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등장한 사람들,그 역할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충분히 노력하고 또한 도시행정을 충분히 즐기기 바란다.
궁극적으로 도시행정의 예술가가 되기를 바란다.
진정한 예술가는 즉흥적이지 않다.
'끼'에 기대지 않는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히딩크가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렀다면,'기본에 충실하고,시스템에 뛰어나며,긍지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이다.
히딩크도 인간인데 왜 흔들림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를 지켜 준 것은 냉철한 판단력,목표 의식,전략,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명감'이었으리라.
첫째,도시의 기본 체력을 기르라.여기저기 건드리기만 하고 현실성 없는 사업을 벌이지 말라.다른 지자체들이 한다고 그대로 따라하지 말라.당신 지자체의 역량과 가능성에 맞는 일을 찾아내라.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에 연연하지 말라.개발 거품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말라.개발 민원에 흔들리지 말라.4년 후 당신 후임이 오더라도 기꺼이 이어받고 싶은 정책을 만들라.
둘째,도시의 시스템을 구축하라.이른바 복합경영이 꼭 필요한 부문이 도시행정이다.
교통 주택 경제활동 환경 사회복지 인프라,어느 하나 맞물려 있지 않은 사안이 없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금방 전체 시스템이 깨진다.
타협과 절충과 선택을 현명하게 하라.투자 우선순위의 전략을 만들라.
셋째,긍지를 불러 일으키라.도시 역시 사람이 만든다.
△우선 공무원에게-.'잘돼 가는 도시'의 공무원은 눈빛이 다르다.
무엇인가 잘해 보려는 반짝임이 있다.
자료도 잘 파악하고 있고,보고에만 연연하지 않고,업무에 대한 포부를 밝힌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도시 세일즈에 열을 올린다.
시민에게 긍지를 불러 일으켜라.잘돼 가는 도시의 시민들은 만나자마자 자랑거리를 내놓느라 바쁘다.
△시장이 유념해야 할 것-.도시 행정은 축구경기나 기업경영과 분명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경영 마인드는 꼭 필요하지만,도시 행정이란 경기장 게임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매출이나 수익률로 그 성공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도시 행정은 무엇보다도 '공익성'이 우선이다.
개인의 이익들이 모인다고 해서 바로 공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제시하고 그 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리더십이다.
축구나 기업에서는 감독의 총괄 권한이 절대적이고,최고경영자가 결정한 것은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지만,도시의 최고경영자인 시장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정 과정을 밟아나가야 하는 숙명이 있다.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고,여론도 들어야 하고,시민단체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전문가들의 다양한 판단도 들어야 한다.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복잡한 것이 행정,특히 도시 행정이다.
끈기를 발휘하라,설득력을 발휘하라,당신의 열정을 전파하고 시민들의 꿈과 당신의 꿈의 리듬을 맞추라.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하나의 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휩쓴 경우가 유독 많다.
독주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체장이 '추진'의 기능이라면 의회는 '견제'의 기능이다.
추진과 견제가 흥미로운 역학으로 일어나기를 바란다.
특히 시장의 혜안과 정직성과 건강한 비전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 행정이란 복잡한 예술이다.
시정(市政)이 국정(國政)보다 더 힘든 것은 현장 예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사안들,이해들이 걸려있는 현장에서 튼튼하고 정직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도시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종합적인 예술 작품'이라 하지 않는가.
4년 후 우리의 도시들은 얼마나 더 좋아져 있을까.
세계 랭킹에 얼마나 올라가 있을까.
도시 행정도 예술이다.
시장이여,도시 행정의 예술가가 돼라.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