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사망한 최홍희(崔泓熙,84세) 국제태권도연맹(ITF)총재는 국제태권도연맹을 만들고 북한에서 태권도 붐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북한 태권도의 '대부'로 평가된다. 함북 길주 태생으로 72년1월 캐나다로 이민간 그는 남한에서 제3관구 사령관,제2훈련소장, 6군단장을 거쳐 62년에 예편한 국군 장성 출신. 최 총재는 전역후 주 말레이시아 대사와 제3대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지내다 캐나다로 이민한 이후 친북인사가 됐는데 김일성 주석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제태권도연맹은 이민 가기 전인 66년 3월 서울에서 그의 주도로 창설됐으나 73년 세계태권도연맹이 세워지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활동이 북한을 중심으로 한 몇몇 비동맹 국가에만 국한됐다. 그는 작년 5월말에는 국제무도경기위원회 설립을 주도, 위원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국제무도경기위원회는 국제유도연맹(IJF), 국제가라데연맹(IKF), 국제샴바데(러시아 고유무예)연맹, 국제아이키도(일본 고유 합기도)연맹 등을 대상으로 조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태권도연맹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체육조직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북한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의 핵심에 최 총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북한도 이같은 최 총재의 위상을 반영해 북한영화사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민족과 운명'시리즈 제6~8부에서 주인공(차홍기)의 실존모델로 나오기도 했으며영화에서는 최 총재를 '의리있고 배짱있는 사나이'로 그렸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16일 조화를 보내 최 총재의 사망에 애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최 총재는 북한의 이같은 호의적 평가를 염두에 둔 듯 최근 측근들에게 '북한땅에서 눈을 감겠다'는 말을 하고 병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방북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아들 최중화 국제태권도연맹 사무총장과의 갈등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 임시총회에서 총재측과 사무총장측 인사들은 최 총재의 임기 연장 문제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갈등을 거급한 끝에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편 북한에는 최 총재의 형수와 조카들이 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