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가 골잔치로 '축구종가'의 위용을 맘껏 뽐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겨우 2골만 넣고 조 2위로 간신히 `지옥터널'을 통과해 16강에 올랐던 잉글랜드가 골퍼레이드로 골가뭄을 일거에 해갈하면서 구겨졌던 자존심도 회복했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 66년 자국 대회 이후다시 한번 FIFA컵을 손에 쥘 절호의 기회를 맞은 잉글랜드는 공격-허리-수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등 그동안 부진했던 모습들을 일거에 날려버려 여전한 우승후보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15일 잉글랜드와 덴마크의 16강전이 열린 나가카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며 미드필드의 공방속에 탐색전이 전개되는 듯 싶더니 잉글랜드가 승부의 균형추를 일찌감치 자신들쪽으로 돌려놨다. 전반 5분 왼쪽에서 코너킥을 얻은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은 '킥의 마술사'답게 파포스트쪽으로 빠르게 차줬고 이를 리오 퍼디낸드가 헤딩슛하자 볼은 상대 골키퍼 토마스 쇠렌센의 품에 한번 안겼다가 골문으로 흘러들었다. 10분 마이클 오언의 슛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잉글랜드는 파상공세가 이어지던 22분 트레베 싱클레어가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스루패스한 것을 니키 벗이 오언에게 밀어줬고 오언의 거침없는 대각선 슛이 또 한번 그물을 가르면서 일찌감치승부는 갈렸다. 조별리그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해 `원더 보이'라는 별칭이 무색했던 오언이 그간의 마음고생을 깨끗이 날려 버리는 순간이었다. 오언의 골이 터지자 잉글랜드 국기로 뒤덮인 관중석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거칠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잉글랜드 서포터스는 감격의 환호성을 그칠 줄몰랐다. 덴마크도 만회골을 얻기 위해 밀어붙였지만 솔 캠블이 중앙에서 버틴 잉글랜드의 수비벽을 좀체 뚫지 못했고 몇차례 얻은 찬스도 공격수간 손발이 맞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다. 찬스를 놓치면 위기를 맞는 법. 덴마크의 막판 반격을 잘 막아내던 잉글랜드는 전반이 끝나갈 무렵인 44분 대니밀스의 스로잉을 받은 베컴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쇄도하던 에밀 헤스키에게 밀어줬고 헤스키는 8강행을 자축하는 '쐐기포'를 작렬했다. 덴마크는 이날따라 조직력 난조를 보인 끝에 패퇴, 프랑스에 이어 잉글랜드까지집으로 보내 우승후보의 '저승사자'가 되겠다는 약속을 접었다. (니가타=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