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커뮤니티에 물(지원서비스)을 주고 벌레(유해커뮤니티)도 잡아주는 업무라고 할 수 있죠. 가드너(정원사)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커뮤니티 가드너로 근무중인 남윤경씨(29). 그는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생겨난 신종 직종인 커뮤니티 가드너가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네티즌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른 온라인 커뮤니티는 과거 PC통신을 매개체로 생겨난 각종 게시판이나 동호회가 '진화'된 형태. "누구나 쉽게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이 가상의 개방형 공동체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가드너는 그런 공동체 구성원들이 편리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인 '다음 카페'에만 현재 친목, 동호회, 경제, 금융 등 1백40여만개의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 소속된 네티즌의 숫자는 1천5백만명. 산술적인 수치로만 따져본다면 네티즌당 평균 10개 이상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커뮤니티의 부침은 사회현상이나 그 시대의 유행,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월드컵 관련 커뮤니티가 각 포털사이트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게 그 좋은 예다. "매일 5천여개의 새로운 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장래성이 있는 신생 커뮤니티가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돕는게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 네티즌들의 각종 문의나 건의사항 처리는 물론 이벤트 기획, 명예훼손 등의 법률문제까지 처리해 줘야 합니다." 커뮤니티 가드너는 이같은 기본적인 커뮤니티 서비스 운영 외에 커뮤니티 서비스의 장기 수익모델 구상 등 회사의 경영전략에도 깊이 관여한다. "소속돼 있는 회사와 회원들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입장을 지켜야 해요. 회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선 그렇지 않거든요." 상업적인 활동을 하거나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칠 소지가 있는 커뮤니티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해 폐쇄시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커뮤니티 가드너가 네티즌들의 커뮤니티에 관여하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커뮤니티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는 문제는 구성원들의 몫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뜻이 맞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자연적으로 생겨나 자율적으로 원활히 운영되는 것이 바로 저희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남씨는 인터넷 정보제공 서비스 업체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쪽 세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자유'로 상징되는 인터넷 정신에 매료돼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아무리 온라인상이라고 하지만 커뮤니티 서비스의 기본 출발점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와 열린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