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38
수정2006.04.02 15:40
자산총액 기준 재계 6위의 거대 공기업 KT의 민영화가 완료됐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현 정부 임기내 KT의 민영화 완수라는 업적에 집착하다 보니 민영화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우려됐던 점은 '동일인 지분한도 15%'였다.
이 점은 여러 전문가·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으나,결과는 KT의 사실상 유일한 경쟁사인 SKT가 KT 주식의 11.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장했다.
이것은 정보통신정책의 핵심과제인 공정경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부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민영화 완수'라는 정책목표도 중요했지만,경쟁 대기업이 KT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했어야 했다.
민영화 자체보다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성과 차원에서 민영화 후 성공적인 기업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우리 실정에서 KT 민영화는 보다 신중한 준비가 필요했다.
KT의 민영화 과정에서 보인 SKT 행태는 우리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의 대기업으로서 문제가 많았다.
몇차례에 걸친 말 바꾸기는 지분인수를 위한 전략적 기술로 치부하더라도 이동통신시장을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는 SKT가 꼭 경쟁사인 KT의 주식을 그렇게 많이 취득했어야 했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고려하면,'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소극적 참여'라는 SKT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만약 SK그룹이 KT를 인수한다면,자산총액 기준으로 삼성그룹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재벌이 된다.
SKT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경쟁사의 주식취득보다 이동통신요금의 인하를 원하는 소비자 목소리에 먼저 귀기울였어야 옳았다.
SKT는 불과 얼마전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시장의 절대강자가 됐다.
그런데 다시 '유선통신시장의 다른 절대강자를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그 같은 기업인수는 공정경쟁 관점에서 쉽사리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의 최대주주가 된 SKT가 KT에 영향력을 행사,통신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공정경쟁정책 차원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KT는 자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현 SKT)의 매각 후에도 SKT 지분의 9.27%를 보유하고 있다.
마치 두 경쟁사가 서로에게 약 10% 가량의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꼴이다.
단지 SKT는 소유가 분산된 KT의 최대주주이고,KT는 SK그룹에 속한 SKT의 2대 주주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같은 상호주식 보유는 두 경쟁사간의 담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기업은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할 우려가 많으며,이는 곧 소비자의 피해로 나타날 것이다.
기본적으로 KT나 SKT 같은 경쟁사가 서로 상대방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지난 10년 간에 걸쳐 이루어진 통신부문의 규제개혁과 공정경쟁원칙의 확립이 있었다.
무선호출사업자와 PCS사업자의 시장진입과 함께 촉발된 시장경쟁은 엄청난 통신수요를 촉발했고,이는 다시 통신설비 제조업체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ADSL서비스를 둘러싼 시내전화사업자간 치열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환경을 가진 나라가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SKT의 이번 지분 인수가 지난 10년 간에 걸쳐 이루어진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경쟁체제와 그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장단기 대책을 조속히 검토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경쟁사간 경영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양사간 상호지분 매각,지분 맞교환,상호 사외이사 배제를 포함한 지배구조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기본적으로는 양사가 담합 대신에 경쟁을 선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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