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수출 빨간불'이란 등식은 이제 그만…. 최근 정부 무역협회 연구소 등에서 잇달아 내놓은 환율 관련 보고서들이 하나같이 단순하고 획일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읽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보고서는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비상이 걸린다'는 식의 도식화된 분석으로 일관, 환율 움직임에 따른 득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단순화의 오류 =산업자원부는 지난 6일 '최근 환율동향 및 수출입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원화 환율이 평균 1천2백원까지 추락할 경우 수출은 11억달러 줄고,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악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연평균 환율 1천2백원은 잘못된 전망치다. 지난 1∼4월중 평균환율은 1천3백19원17전, 적어도 향후 7개월 동안 환율이 1천1백원 밑에서 움직여야만 이같은 가정이 성립한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말 원화 환율이 1천2백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환율=1천2백원'이란 가정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 환율이 떨어져도 수출은 늘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가격 및 수출물량에는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환율이 10% 떨어지면 국내 상장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은 2.7%포인트 악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환율이 떨어져도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 원화 환율이 44원80전이나 급락했던 지난 5월1∼25일중 원화 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2% 올랐으나 이 기간중 달러표시 수출증가율은 13.1%, 원화표시 수출증가율은 15.6%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철강 등의 수출품이 잘 팔리는 상황에서 수출 가격이나 물량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를 빠트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 주변국 환율도 비교해야 =세계적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 7일 '경제정책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근 원화 환율 하락을 '제자리 찾기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또 환율 하락이 미국이나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품에 대해서만 큰 영향을 미치고 일본이나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에는 여파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로 다른 나라의 환율 역시 동반 하락했다"며 "전체 교역상대 국가들의 통화 가치와 물가를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