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답답합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외교통상부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의 숫자가 관리대장에 올라있는 것보다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 외교부 담당공무원은 영문을 알 수 없다며 이렇게 한탄했다.


외교부는 외국 귀빈들을 자주 접촉하는 점을 고려해 연평균 1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술품을 구입,본부나 재외공관에 비치하고 있다.


이들 미술품은 국가예산으로 사들인 것이어서 국가의 재산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런데도 외교부는 이들 미술품을 관리대장에 제대로 올려놓지도 않았다.


10년 이전의 미술품 기록대장은 아예 없다고 한다.


장관이나 고위간부가 외국정부 요인으로부터 받은 고가의 선물도 마찬가지다.


이들 선물은 해당기관에 신고한 뒤 국가소유로 보관토록 돼있는데도 외교부는 이에 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빈들로부터 수십년간 선물받은 미술품의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조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미술품 관리담당자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발뺌을 한다.


또 "1명의 직원이 외교부 본부 뿐만 아니라 1백30여개 공관의 미술품들을 모두 관장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다"고 변명한다.


감사원이 무단반출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미술품을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어 그렇지 반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무단반출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럴 개연성은 있다고 귀띔했다.


미술품의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국가예산을 들여 구입한 미술품을 기록에 남기고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소기업도 수십년된 의자 하나에 취득일자 품명 관리번호 등을 적어놓고 관리하게 마련이다.


국가의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 주요부처의 재산관리가 중소기업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