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플레이메이커인 후안 베론은 잉글랜드와의 일전을 앞두고 베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로 드러났다. 베컴은 7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F조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전반 44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뽑아 팀에 귀중한 1승을 선사했다. 또 적절한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고 스웨덴과의 첫 경기 때와는 달리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근성있는 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화려한 부활을신고했다. 이날 페널티킥을 유도한 것은 스트라이커인 마이클 오언이었지만 베컴은 '킥의달인' 답게 페널티킥도 멋지게 찼다. 왼쪽으로 때릴 듯하다가 가운데로 낮게 깔아 차면서 타이밍을 빼앗았고 백전 노장 카바예로 파블로는 손 써볼 생각도 못하고 골을 먹고 말았다. 베컴에게 이날 1승은 의미가 깊다. '98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후반 2분만에 퇴장당해 승부차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때 일이 부담이 됐던 베컴은 이제 마음 한켠의 짐을 덜어버릴 수 있게됐다. 본선 조추첨에서 아르헨티나와 한 조가 되자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며 칼날을 갈았던 베컴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왼발이 부러지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엄청난 투혼을 보인 베컴은 결국만회를 다짐한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을 뿐 아니라 팀과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을 했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2연패했던 팀에게는 귀중한 1승과 16강 진출의 희망을선사했고, 득점왕을 노리는 오언 대신 자신에게 기회를 준 에릭손 감독의 배려에도보답한 셈이다. (삿포로=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