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같은 결과를 예상이라도 했을까. 지난대회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인 프랑스가 예선탈락할 위기에 내몰렸다. 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 월드컵 A조 예선리그 경기에서 프랑스는 전반 25분 티에리 앙리가 퇴장당하는 악조건속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결국 득점없이 0-0으로 비기며 16강진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프랑스는 이날 무너진 '지존'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듯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게임에 나섰다. 머리를 빡빡 민채 경기에 출장한 티에리 앙리의 모습에서 프랑스 선수들의 각오와 결의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쉴새없이 우루과이 문전을 노크하던 프랑스는 전반 7분 패널리에어리어 바깥에서 한번에 찔러준 공을 최전방의 다비드 트레제게가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골로 연결시켰지만 아쉽게 오프사이드로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공세에 주춤하던 전통의 강호 우루과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우루과이는 전반 17분 기습적으로 프랑스 수비진을 뚫은 알바로 레코바가 강력한 왼발 슛으로 프랑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레코바의 슛은 프랑스 수비수의 몸에 굴절되며 방향이 틀어졌으나 프랑스 GK 파비앙 바르테즈의 왼발에 가까스로 걸리면서 프랑스는 실점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기고 말겠다는 의욕이 지나치게 강해서였을까. 프랑스는 전반 25분 최전방 공격수 앙리의 퇴장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우루과이의 마르셀로 로메로를 마크하던 앙리가 뒤편에서 종아리를 발로 찍어 넘어뜨리자 멕시코의 펠리페 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 수적인 열세에 놓였지만 프랑스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30분 실뱅 윌토르가 오른쪽에서 날려준 볼을 트레제게가 방향을 틀며 헤딩슛했지만 공은 골대 위로 빗나갔다. 후반들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프랑스는 초반 비에이라의 헤딩슛 등 여러차례 득점기회를 만들었지만 골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때로 우루과이의 역습에 말려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몇차례 맞기도 했지만 바르테즈의 동물적인 선방으로 버텨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