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기업수익 역시 개선조짐을 나타내고 있으나, 증시는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로 인한 악영향이나 회계감사에서 부정을 저지른 아더앤더슨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매력을 반감시킨 펀더멘털의 변화가 지난 몇년동안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펀더멘털의 변화가 투자자들에게 증시는 더 이상 매력적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시장을 떠받여온 기초체력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90년대 강세장을 떠받친 버팀목들이 붕괴되고 있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당시에는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 게다가 미국은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었다. 또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기업과 가계는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쉽게 빌릴 수 있었고 이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증시의 유동성을 확대시켰다. 이 시기에 불꽃처럼 일어난 정보기술(IT)혁명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몰아닥친 IT바람은 사람들의 생활속에 깊이 파고 들면서 새로운 성장원동력으로 작용,낙스닥시장에서는 첨단기술주가 날개 돋친듯이 팔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때와 상당히 다르다. 무엇보다 세계정세가 불안하고 테러와 이에 따른 보복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정부의 측근들이 '제2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증시를 더욱 불안케 하고있다. 끝없는 불황속에 빠져들었던 통신과 정보기술 기업들도 90년대 후반과 같이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달러 약세가 미 증시에서의 자금이탈을 부추기고,물가 역시 점진적으로 오르면서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지난해 초반에 비해 각각 14%,67% 하락한 현 상황은 투자환경이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수익이 뚜렷하게 개선된다면 미 증시는 또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 분명하지만,90년대 후반의 강세장을 이끌었던 근본요인들의 변화는 당시와 같은 강한 오름세가 재현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글렌미드트러스트의 브루스 사이먼 투자담당 최고책임자는 "향후 10년간 기껏해야 한자릿수 투자 수익률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투자환경의 변화 속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외국기업의 주식이나 소형주가 부상할 것이란 기대를 가질수는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기준 세계최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앞으로 10년 동안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게 문제다. GE는 여전히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지만 2년전 보다 주가가 45%이상 빠져있는 상태다. 투자자들은 펀더멘털의 변화로 인한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물가상승 정도,소비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지표마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때는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주식마저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Waiting for a Bull Market? Well, It Just May Be a Whil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