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안팎 축구 열혈팬] 경주 현대호텔 '이형균 객실영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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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1주일째인 월드컵 대회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눈물이 서로 뒤엉키면서 지구촌의 새 축구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라운드의 열기와 함께 '월드컵 사람들'의 이색적인 스토리는 월드컵이 가져다 주는 또 다른 흥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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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볼과 흰살코기의 광어나 조기만 있으면 짱입니다."
이젠 거스 히딩크 감독 얼굴만 봐도 무엇을 요구하는지 눈치챈다는 이형균 경주 현대호텔 객실영업팀장(42).
히딩크 감독이 지난 5일 새벽 2시께 폴란드와의 부산대첩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찾은 사람이 바로 이 팀장이다.
이 팀장은 항상 히딩크 감독 곁에 머물면서 아무런 불편 없이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이 팀장을 '미스터 스마일'로 부른다.
히딩크 감독이 먼저 주문하기 전에 척척 알아내 미소를 지으며 시원스럽게 해결해 주기 때문에 붙여진 애칭이다.
이 팀장은 부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히딩크 감독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흥분에 겨운 나머지 포옹을 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라켓볼 광이라고 한다.
그가 폴란드와의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라켓볼을 치겠다고 고집해 만류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이 팀장은 털어놓았다.
"오십이 넘은 노장인데도 라켓볼을 무려 1시간30분 이상 쉬지 않고 칠 때마다 히딩크의 숨은 저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히딩크 감독은 또 원칙만 지향하는 인상과 달리 인간적인 면이 더 많다고 이 팀장은 지적했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금주령을 내렸던 히딩크는 폴란드를 이긴 기념으로 선수들에게 맥주 1잔씩을 돌리고 자신은 레드와인을 가득 따라 마셨다고 한다.
호텔 앞과 훈련장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열혈 축구팬들에게는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사진촬영과 사인공세를 마다 않고 받아주는 자상함도 있다.
이 팀장으로서는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이 팀장은 밤새도록 히딩크 감독에게 매달리는 축구팬들을 떼어내는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