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함성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우리 대표팀이 지난 54년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이후 48년 만에 황금같은 첫승을 거두자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항도 부산에서 터진 'V축포'는 제주를 지나 울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서울로 이어지면서 밤새도록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다. 승리감에 도취한 국민들은 16강 진출은 물론 이제 8강도 넘볼 수 있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붉은 악마들은 새벽까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주변을 돌며 '오오 코리아' '한국 16강'을 외쳤다. 붉은악마 회원인 김희철씨(24.대학생.북구 만덕3동)는 "배탈이 나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으나 젖먹던 힘을 내 오늘 응원에 참가했는데 마침내 우리가 승리하다니 너무 기쁘다"며 "이젠 목표를 8강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5일 해운대 메리어트호텔에서 결혼을 앞두고 이날 약혼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변철수씨(37.사업.해운대구 수영동)도 "결혼 선물치고는 너무 크다"며 "아이를 낳으면 영어이름은 '월컵'이라고 지을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해운대해수욕장 웨스틴 조선비치호텔앞 백사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보면서 가족과 함께 응원나왔던 신용환씨(42.사업.남구 대연1동)는 "한국전을 보기 위해 일본 출장도 미뤘다"며 "오는 10일 미국전에도 승리해 16강 희망의 햇불이 피어 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중간고사를 맞이한 부산대 학생들은 주민 5백여명과 함께 교내에 마련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다 한국이 승리하자 서로 얼싸안으며 "중간고사를 걱정하랴"면서 속속 호프와 소주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 동아리 회원들은 준비한 폭죽 50여발을 터뜨리며 '아~ 아~ 코리아'를 외치기도 했다. .'응원 1번지' 광화문 앞에는 4만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아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날 경기 시작 6~7시간 전부터 수천여명이 모여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했고 늦게 온 응원단은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대학로에는 경기시작 4시간 전부터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이 집결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수만명의 인파가 지하철을 통해 몰리면서 지하철공사는 오후 6시55분께부터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상행선 열차를 혜화역에서 무정차 통과시켰다.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수만명의 인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친구 5명과 빨간옷을 맞춰 입고 응원을 나온 김혜진양(16)은 "너무 흥분돼 아마 오늘 밤엔 잠들기 힘들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응원단이 운집한 광화문 대학로 인근의 패스트푸드점과 주택가 슈퍼마켓 등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파리바게뜨 광화문점은 경기가 열리기 3시간 전부터 모든 빵과 과자가 동이 났다. KFC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도 햄버거와 치킨을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 마포구 연미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오미자씨(40)는 "냉장고에 맥주를 두번이나 새로 채웠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잇단 주요 인사 방한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인천공항 직원들도 이날만은 응원단이 되어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했다. 김한영 인천공항공사 공보실 대리는 "외국 귀빈에게 한국을 잘 보이기 위해 밤잠을 설친 보람을 이제야 느낀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한국팀이 16강 진출시 하룻동안 아구찜을 무료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한 대전시 서구 만년동 '박용식 아구찜'에 모여 TV중계를 지켜본 손님들은 강적 폴란드를 꺾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축배를 들었다. 가수 김흥국씨가 이끄는 아리랑응원단 단장 박용식씨(40)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내부에 '월드컵응원 홍보전시관'이 마련돼 있는 데다 1백20인치 빔 프로젝트까지 설치해 놔 마치 부산구장을 옮겨 놓은 듯한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덕밸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엑스포넷(대표 조한출)이 2백50인치 대형 HDTV를 설치,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던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관리사무소앞에 모여 있던 1천여명의 시민들은 한국팀이 이기자 서로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전국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