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시작됐지만 동대문·남대문시장에는 '월드컵 특수'를 찾아볼 수 없다. 두타 밀리오레 메사 등 패션몰에는 예상외로 외국인 손님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명동이나 이태원에서는 평소보다 외국인을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상인들은 울쌍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 오히려 매상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 숙소 인근 백화점·할인점들은 예상대로 외국 손님이 늘자 좋아하고 있다. 인사동 거리에도 외국인이 몰려들어 상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 동대문.남대문시장 주말인 1일 밤 동대문 밀리오레 1층. 여성복매장 루디나의 주인 김선영씨(33)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재고대장을 훑어보다가 대뜸 "지하철역(동대문역)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외국인을 몇명이나 보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일본 손님이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두타 1층 여성바지 전문매장 제로타임의 김대훈씨(27)는 "주로 일본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매장의 경우 많게는 70%나 매출이 준 곳도 있다"며 "누가 '월드컵 특수'란 말을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유럽이나 남미 관광객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일본 관광객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절대적으로 미흡하다고 했다. 휴일인 2일 오후 남대문시장. '월드컵 특수'를 찾아보기 어렵기는 동대문과 다를 바 없다. 상인들은 '큰손'인 일본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재래시장은 월드컵과 무관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열흘전만 해도 온종일 일본인 관광객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한가하다"고 푸념했다. ◆ 인사동.이태원 전통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은 재래시장과 달리 외국인들로 온종일 붐볐다. 특히 개막전에 참석했던 프랑스 관광객 1천여명과 경기를 앞둔 터키 응원단 1백여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 우리 문화를 한껏 즐겼다. 프랑스인들은 개막전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 각종 공연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떡메로 인절미를 내려치는 모습, 할머니가 물레를 돌려 실을 뽑는 모습, 한복을 차려 입은 아낙네 등을 캠코더나 카메라에 담으며 마냥 즐거워했다. 업종에 따라 상인들이 느끼는 월드컵 경기는 엇갈렸다. 캘러리카페 아트사이드의 김희선씨(37)는 "어제부터 외국인들이 3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각종 음료와 함께 호두와 잣이 들어간 우리 케이크가 잘 팔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통식당 북치구장구치구의 장영순씨(33)는 "오늘처럼 장사가 안되는 날은 없었다"며 "외국인들이 돈을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공예품을 파는 한 상인은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만도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붐비는 점에서는 이태원도 마찬가지. 2일 오후 이태원의 월드컵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T셔츠를 고르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해질 무렵엔 멕시코 터키 독일 등 월드컵 참가국을 비롯 파키스탄 인도 등의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 천막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프랑스 관광객 에바씨는 "미국풍인 이태원보다는 경복궁과 인사동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파장은 이태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관우.류시훈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