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SAS campus."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시 사스 캠퍼스 드라이브에 위치한 사스(SAS) 본사는 차라리 대학 '캠퍼스'였다. 캠퍼스 정문 경비원이 건넨 환영사처럼 울창한 숲속 사이사이로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나 공원도 이 정도로 조경이 잘된 경우는 드물 것이다. 회사 내부를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절로 일할 맛이 솟구칠 녹지환경이다. 데이터처리용 소프트웨어 개발.임대 및 관련 서비스업체인 사스. 과연 실질적인 근무환경도 쾌적한 녹지환경만큼 훌륭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은 지난해 5백84개의 신규 일자리에 무려 3만4천52명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싹 달아나 버렸다. 트렌트 스미스 홍보담당자는 에둘러 설명했다. "미국 IT업계의 평균 퇴사율이 연 17∼20%에 달하지만 사스는 겨우 5%에 불과하다"는 것. 그나마 5%도 스카우트되거나 배우자를 따라 사정상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등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초저수준의 퇴사율에 대해 "짐 굿나이트 공동 창업자겸 회장의 경영철학이 빚어낸 근무환경 덕분"이라고 말했다. "회장이 항상 직원들을 믿고 특별하게 대우하면 성과가 나게 마련(Happy and healthy working environment makes employees productive)이라는 신뢰경영을 고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존중해 주는 만큼 회사가 되돌려 받는다는 얘기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적사업이어서 단순한 복리후생보다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투자에 힘을 기울인단다. 실제 사스는 직원들에게 탁아시설, 의료지원, 피트니스센터 등 '월드 클래스'의 총체적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기업으로서도 드물게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오후 5시면 모든 직원을 퇴근시킨다. '캠퍼스'내 7천5백㎡의 의료시설에는 외과 가정의,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등을 두고 직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의료비는 직원 1인당 1백달러, 가족당 3백50달러, 외부 진료기관 이용시에는 1천달러까지 보조해 주고 있다. 직원 1인당 세자녀까지 사내 몬테소리 탁아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체 직원들의 51%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 및 매니저들을 향한 배려다. 부득이하게 퇴근이 늦어 저녁식사를 못 챙기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Meals to g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저녁식사 재료를 챙겨주는 세심함이 엿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또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는 개인 사무실을 마련해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환경은 어떻게 직원들의 성과와 회사수익 증가로 이어질까. 회사측은 "소프트웨어를 임대(licensing)해 주는게 주요사업인데 고객 이탈률이 2% 이하"라고 설명했다. 종업원들이 그만큼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미국내 1백위권에 속한 기업들중 97%가, 5백대 기업 기준으로는 80%가 사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직원들을 장기간 편안하게 근무하도록 지원하고 배려해 줄수록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잘 유지되고 창출된다는 것이다. 간접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 한사람이 1년 더 근무할 경우 미국 IT업계 전체적으로 한해 7천5백만달러의 간접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사스는 조직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무작정 이동시키는게 아니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영업훈련 기술훈련 관리훈련 등을 받게 한 후 새 포지션으로 이동시킨다. 직원들의 3분의 1이 그렇게 이동해 자기를 계발하고 성과를 높이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투자와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을 낳고 있다. 직원들은 전세계 어느 지점에서라도 웹캐스트라는 온라인을 통하면 CEO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CEO와 임원들이라고 해도 다른 특혜를 누리지 않는다. 임직원들은 카페테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평직원들처럼 회사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회사와 직원들의 가치를 높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굿나이트 회장이 회사전체 주식의 3분의 2를, 다른 공동창업자 1명이 나머지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전혀 없다. 흔한 스톡옵션제도도 도입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퇴직할 때 15%의 이익공유(Profit sharing)가 이뤄지는 정도다 회사는 금전적인 보상을 늘리는 대신 전반적인 근무환경의 질을 높여 주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이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지속적인 비교우위를 유지해 줄 수 없다고 보는 까닭이다. 기업의 성공여부는 직원들에게 달려있다는 신념을 창업할 때나 지금이나 꾸준히 지켜가고 있는 굿나이트 회장. 최첨단 산업에 속한 기업임에도 그의 신뢰경영철학은 액자속의 것이 아니었다. 캐리(노스캐롤라이나주)=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