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폭락했다. 이번주 종합지수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서 지지선 역할을 담당한 800선을 힘없이 내줬다. 코스닥지수는 닷새째 약세를 이으며 연중 최저수준으로 밀린 데 이어 70선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충격이 수급불안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라며 반등이 임박했다는 견해와 불안한 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조정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5월의 마지막 주간 분석에서는 ‘한경 스타워즈’에 참가하고 있는 펀드매니저와 증시분석가들이 내놓은 급락의 원인과 향후 전망, 그리고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뉴욕증시 약세, 반도체 값 하락, IT경기회복 지연, 환율급락 등 펀더멘털 요인과 선물 옵션만기를 앞둔 수급 부담 등을 추락의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추가 조정의 기간과 폭,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장세를 보는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 = 이달 들어 800선에 신뢰감을 심어준 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수방어에 나서지 않자 지수가 속락했다. 지수선물 옵션 종목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 부담으로 매수 여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목요일 나스닥지수 반등이 기술적인 수준이라는 평가와 외국인 매도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공황상태가 연출됐다. 종합지수 800선이 무너졌지만 조만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780선에서 지지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트리플위칭데이 이전에 매물소화 과정이 전개되고 의미 있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닥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 상황을 감안해 반등 시 현금비중을 높이고 추가하락 시에는 환율하락 수혜주인 한국전력을 비롯, 낙폭이 과대한 삼성전자, 강한 내성을 보이는 국민은행 등 대형주 위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선임운용역 = 뉴욕증시의 불안정한 흐름을 이은 가운데 수급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기관의 로스컷 물량이 출회된 점도 급락을 부추겼다. 증시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뉴욕증시가 급반등하지 않는 한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뉴욕증시도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다는 더블딥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부실회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종합지수의 경우 800선이 뚫린 상황에서 750선 언저리까지 밀릴 상황을 가정하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6월달은 바닥을 확인하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정을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고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시점을 포착해 경기관련주 비중을 확대하는 게 수익률 제고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이상문 연구위원 = 이달 들어 무리하게 증시를 지수관련주가 동반 급락하면서 조정이 길어지고 있다. 또 뉴욕증시 하락이 투자심리 악화를 이끌며 증시 하락의 이유를 제공했다. 아울러 시장관심이 내수경기 회복에서 수출회복 시기와 속도에 쏠려 있는 시점에서 환율이 하락하며 모멘텀 제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종합지수가 석 달여만에 800선을 하회하고 있지만 800아래에서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월 이후 상승폭의 1/3지점인 780선에서 저점이 형성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트리플위칭데이가 부담이다. 최근 강세장에서 맞은 파생상품 만기일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약세장에서는 크지 않은 매물에도 충격이 크게 나타난다. KT, SK텔레콤 등 통신주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로 인해 추가 급락이 이어질 경우에는 수출관련주에 대한 매수기회로 활용할 수 있겠다. ◆ 현대증권 류한묵 차장 = 긍정적인 중장기 시황과 악재에 둘러싸인 현 시점이 충돌하며 박스권을 형성했으나 수급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약세로 자리를 잡았다. 다음주 한 주 동안도 이번주와 비슷한 장세가 전개되며 극심한 고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모멘텀 공백이 지속되고 뉴욕증시나 단기 수급에 의한 등락이 점쳐진다. 거래일 수로 6일 남은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1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잔고가 14일 지수산출 방식 변경을 앞두고 청산될 것이다. 매물 부담은 수급 불안을 극복하는 단기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중순 이래 중소형주가 먼저 조정 받기 시작해 지수관련주도 어느 정도 바닥권에 다다른 것으로 예측된다. 모멘텀만 제공되면 순환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반등 시에 선두에 나설 것으로 은행 등 금융주에 대한 접근이 유리하다. ◆ 대한투자신탁증권 투자전략팀 임세찬 분석역 = 지난 13일 804를 저점으로 찍고 올라왔을 때에 비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와 경제여건, 수급상황 등 증시여건이 나빠져 800선에서 강력한 지지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원화 강세로 수출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을 주도한 내수마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좋지 않은 하반기 경기를 증시가 선반영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의미있는 지지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업종간, 종목간 순환매도가 이어지며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할 시점이다. 뉴욕증시 동향과 이를 좌우할 2/4분기 미국 기업 실적이 기대치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를 확인하고 매매에 나설 필요가 있다.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LG화학, POCSO 등 철강, 화학업종으로 관심 범위를 좁히는 게 유리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