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말 일본을 세계 반도체 최강국으로 이끌었던 일 반도체 업계가 생존책 마련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7일자)가 보도했다. 합작을 통한 '적과의 동침'은 이제 업계의 관행이 됐으며,안정적인 매출기반 확보를 위해 주 수요처인 가전업체와의 적략적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고 주간지는 전했다. ◆일 반도체 왜 몰락했나=일본 반도체 업계는 황금기를 구가하던 88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67%를 장악했다. 하지만 일본의 점유율은 지난해 29%로 쪼그라들었다.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미쓰비시 등 일본 5대 반도체 회사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4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한국 미국 대만 등에 밀린 결과다. 게다가 중국까지 반도체 강국 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일 반도체 업계의 몰락은 첨단 생산기술 개발에만 역량을 집중한데 근본 원인이 있다. 반면 한국과 대만 업체들은 일본의 첨단 생산장비를 구매,고객에게 발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치중해왔다. 또 메모리 반도체 왕좌를 일본에 빼앗겼던 미 업계는 비메모리로 방향을 틀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인텔이 컴퓨터용 CPU(중앙처리장치)로,TI가 통신용반도체로 성공한 게 그 예다. ◆활발해진 업체간 합종연횡=일본 반도체 업계의 생존 화두는 '뭉치자'로 요약된다. 과거 반도체 업계가 어려웠을 때도 적과의 동침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엔 PC 통신장비 등 다른 사업부문의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이젠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합종연횡이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엔 현재의 5강 체제에서 NEC와 도시바 2강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NEC는 히타치와 D램사업 합작법인을 설립,오는 9월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NEC와 미쓰비시간 반도체 제휴도 점쳐지고 있다. 도시바는 후지쓰의 시스템온칩(SOC)사업을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5대 반도체회사와 공동으로 합작사를 설립,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일본 의회는 0.10㎛(1㎛=1백만의 1m)의 회선폭을 갖는 차세대 반도체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을 위해 2억4천만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반도체 수요처들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소니의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 개발에 참여한 도시바는 차세대 비디오게임기도 함께 개발키로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