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 중심가에 위치한 베트남 최대 백화점 다이아몬드 플라자. 2층 요지에 백화점내 유일한 침구매장이 들어서 있다. 바로 한국 섬유업체 글로윈의 현지법인인 비코 글로윈의 매장이다. 백화점 바깥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서도 몇쌍의 신혼부부들이 비코 글로윈이 만든 침구류를 고르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이불이 팔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장 책임자인 누엔 메 투옷씨는 "베트남에서도 에어컨을 장만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며 달라진 상황을 말했다. 그녀는 "베트남 중북부 지역은 겨울에 영상 8도까지 내려간다"며 이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매장은 하루평균 6백만베트남동(원화 약 50만원)어치의 이불을 팔고 있다. 백화점내 다른 매장의 두배 수준이다. 다이아몬드 플라자 매장처럼 베트남 각지에 흩어져 있는 87개 침구매장에 제품을 대주는 곳은 베트남 제2의 도시 하노이에 자리잡은 하노이 글로윈공장. 김창기 공장장은 "여름은 비수기에 속하지만 8월 이후의 성수기에 대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 10년째인 비코 글로윈이 베트남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1992년 호치민시 인근의 동나이공단에 작은 패딩공장을 세우면서 시작한 사업이 이제는 3개 공장,1천8백여명을 고용한 베트남 최대 섬유회사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4가지.패딩(재킷 등에 들어가는 인조솜)·침구류·이너웨어의 생산 및 가방 ·슬리핑백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생산이다. 패딩은 호치민시 인근의 동나이공장,침구류는 하노이공장,이너웨어는 동나이 근처의 로테코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상원 비코 글로윈 부사장은 "4가지 품목 모두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코 글로윈이 4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패딩의 경우 지난해말 베트남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정상무역협정(NTR)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베트남에서 청바지 등 미국으로의 의류수출이 급증하면서 비코 글로윈의 의류회사로의 패딩 납품이 크게 늘고 있다. 침구류는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염두에 두고 펼친 고품질 고가정책이 먹혀들고 있다. 비코 글로윈의 침구류 브랜드인 '에버론(EVERON)'은 타사 제품보다 30% 이상 비싸지만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침구류 역시 베트남내 1위 업체이며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1백%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너웨어도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비코 글로윈의 조용환 패션부문장은 "앞으로 3년내에 자체 브랜드인 나르시스(NARSIS)가 베라나 와우 등 다국적 회사를 제치고 1∼2위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코 글로윈은 지난해 1천3백54만달러였던 매출액이 올해는 3천만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4분기 매출증가율은 1백64%에 이르고 있다. 오정수 비코 글로윈(글로윈 대표 겸임) 사장은 "베트남을 단순한 생산기지로만 보지 않고 소비시장으로도 접근한 것이 성공의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베트남 직원들을 팀장 등 관리직 사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등 현지화를 위해 노력한 것도 큰 보탬이 됐다"고 덧붙였다. 호치민=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