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아이의 한영재 회장(47)은 인터뷰 기회때마다 "임직원 얼굴만 보면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민망할 정도로 '임직원에 대한 감사'를 되풀이하지만 한 회장의 경영일기를 보면 기업 대표자로서 하는 '의례'가 아니라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 2세 경영인인 한 회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혹독한 1997년 겨울의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1천80명 정도였던 임직원수가 한때 6백50명선으로까지 줄어든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떠났던 직원들중 상당수가 다시 들어와 마음의 짐이 약간 가벼워졌다고는 한다. "힘들었던 시절 해고 통지에도 오히려 회사 걱정을 하면서 불만 한마디 하지 않았던 디피아이 가족들이 오늘날 이렇게 탄탄한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디피아이는 창립 58년차 회사지만 노사분규가 단 한번도 없었다. 인사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는 분사(分社)를 여러차례 했는데도 노사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 회장은 임직원을 끔찍하게 '섬기는' 경영자가 됐다. 매월 회사 실적을 비롯해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임직원에게 사내방송을 통해 직접 보고한다. 한 회장은 "환경친화적 제품도 중요하지만 디피아이의 임직원이 우량기업을 보증하고 있다"고 또 다시 강조했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