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의 물질적 풍요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자유를 함께 누린다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층 보보스(BOBOS). 30대의 나이에 10만달러(약 1억2천5백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보보스와 같은 계층이 한국에도 과연 존재할까.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일기획이 최근 펴낸 '신인류 탐구-코보스를 찾아라'라는 보고서는 미국의 보보스와 유사한 '코보스(코리안 보보스)'의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을 정리해놓고 있다. 제일기획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월소득 4백만원 이상인 20세 이상의 젊은 남녀 1백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가운데 29명을 선정,가정방문 취재와 하루생활 밀착 취재까지 했다. ◆스타일과 부자관(富者觀)=남자는 175㎝,여자는 163㎝ 이상으로 평균보다 큰 키에 비만형은 없다. 회색 검은색 흰색 등이 주조를 이루는 심플한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다. 여성은 중간 길이의 생머리에 옅은 화장을 하고 작은 액세서리와 굽이 낮은 신발을 선호한다. 남성은 모두 명품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남녀 모두 배가 나오거나 엉덩이가 처진 사람이 없어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부자라면 재산은 얼마 정도 있어야'라는 질문에 10억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51%)이었다. ◆명품 제대로 오래 즐긴다=연봉이 1억원 이상인 이들은 명품에 해박하고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한다. 남성의 경우 정장은 아르마니 휴고보스 제냐 등을 선호하고 캐주얼로는 폴로 바나나리퍼블릭 갭을 즐겨 입는다. "피부에 닿는 것은 최고를 쓴다"는 여성들은 대부분 수입화장품을 쓰고 있다. 기초 화장품에 특히 신경을 쓰면서 한 달에 평균 30만원 이상을 화장품 구입에 사용한다. 기초화장품으로는 시슬리 라프레히 에스티로더 등을,색조화장품으로는 바비브라운 에스티로더 샤넬 랑콤 등을 선호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BMW 렉서스 사브 등의 순이다. ◆몸을 사랑하고 몸에 투자한다=코보스는 거의 매일 골프 헬스 등 하나 이상의 운동을 한다. 박선의씨(38)는 "아무리 귀찮아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며 "체중과 몸매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먹거리에도 남다른 신경을 쓴다. 냉장고에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가득하다. 또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다. 대부분이 한식으로 성대하게 아침을 차려 먹는다. 최영윤씨(36·치과의사)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침은 필수"라고 말했다. ◆일확천금 꿈꾸지 않는다=코보스는 각종 고급 정보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과감하게 재산을 늘리기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특정 종목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수근씨(31·컨설턴트)는 "주식을 비롯한 여타의 재테크를 하지 않고 연봉으로 받는 돈은 대부분 저축한다"며 "주변에서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