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문 승계의 전통포기와 과감한 젊은 피 수혈.' 일본 게임산업의 카리스마로 불려 온 야마우치 히로시 닌텐도 사장(74)이 젊은 인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반세기만에 물러난다. 지난 주말 그는 오는 31일자로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창업자 일가의 4대 사장인 그는 화투 만드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닌텐도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이었으며 일본 게임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대부였다. 사장에 취임한 것은 21세 때인 1949년. 당시 사장이었던 조부가 병으로 쓰러지자 회사를 맡기 위해 와세다대를 중퇴했다. 그는 지난 83년 발매한 가정용 TV게임기 '패미컴'의 대히트로 게임기 시장을 평정하면서 닌텐도를 돈방석에 올려놓았다. 닌텐도는 그후 잇단 히트제품과 세계시장 공략 성공에 힘입어 스타기업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여기서 번 돈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애틀 매리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야마우치 사장은 현재 이치로, 사사키등 일본 스타선수가 다수 속해 있는 이 구단의 최대 주주다. 그가 퇴임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99년이 처음.회사도 시장도 너무 커져 고령의 자신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등 라이벌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되자 시기를 늦추다 작년 여름에 내놓은 휴대용 미니게임기가 대박을 터뜨린 후 안심하고 퇴임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근역으로 물러난 그는 닌텐도에 입사한 지 2년도 채 안되는 42세의 이와타 사토루 이사를 사장에 발탁,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퇴임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는 "신임사장이 게임기 회사를 끌고 갈 소프트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췄으니 잘 지켜봐 달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닌텐도는 앞으로 6인의 중역이 집단지도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간다. 그는 자신의 퇴진을 계기로 일본 재계에 두 가지 굵직한 선례를 남겼다. 바로 젊은 피의 과감한 수혈과 창업자 패밀리 승계의 전통 포기다. 40대 기수에게 바통을 넘긴 닌텐도의 앞날과 재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