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5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H아파트.E초등학교 3학년인 석민이네 집에서 한솔교육의 독서토론 프로그램인 '주니어플라톤' 수업이 한창이다. 방문교사인 문소현씨(29)와 석민이,친구인 지원이와 현동이가 수업 교재 도서인 '나의 어릴 때 이야기'(소파 방정환 저)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먼저 교사 문씨가 "방정환은 어려서 밥도 제대로 못먹을 정도로 가난했는데 독서토론모임인 소년입지회에는 참 열심히 참가했어요"라고 운을 뗀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굶어죽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엉뚱한 것 같아요"(석민),"아니야,가난해도 행복하게 살려고 그런거지"(지원),"글쎄,부자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현동) 등 갖가지 의견을 쏟아냈다. 최근 들어 독서 토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7차 교육과정 개편으로 단순한 지식전달보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다 최근 입시에서 토론 면접이나 논술 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에 따라 독서를 통해 토론을 이끌어내는 독서토론 교육 업체들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달아오르는 독서토론 교육시장=한우리열린교육 글사임당 한솔교육 등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대개 연령·수준이 비슷한 회원 3∼6명에게 매주 1권의 책을 읽게 한 후 방문교사가 주 1회 정도 회원 가정을 찾아가 1시간∼1시간20분간 집단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업체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는데 한우리열린교육의 '한우리홈독서클럽'은 회원들의 토론능력뿐 아니라 동화구연 인형놀이 등을 통해 표현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글사임당의 '트인 세상'은 사물이나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도록 유도해 아이들이 개방적 태도와 유연한 사고를 갖추도록 하는 게 교육의 기본 목표다. 한솔교육의 '주니어플라톤'은 미국 독서교육연구소인 GBF의 어린이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JGB 교수법'을 도입했다. 고전·창작 동화부터 자연·과학·상식 관련 도서 등 수업에 사용할 교재 1백92권을 직접 엄선해 갖추고 있다. 이 밖에 올 하반기엔 아이노리북 아이북랜드 등 도서대여 업체들까지 독서토론 교육업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문 독서지도사 양성 시급=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독서교육 역사는 매우 일천하다. 김봉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전공 주임교수는 "미국에선 독서교육이 수십년 전부터 어엿한 학문분야로 자리잡고 있고 '읽기전문가'도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선 지난 98년에야 비로소 대학에 독서교육 관련 전공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2년부터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등 민간단체에서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가공인 독서지도사 자격증은 없는 상태다. 현재 독서토론 교육업체에 소속돼 있는 방문교사들도 해당 업체에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 기본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권위있는 기관에서 독서 교육에 대한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 전문 독서지도사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