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라이 라이… 오! 투루키예 투루키예 샴피온 투루키예(터키 이겨라 터키 챔피언)' 6.25 참전 전우기념사업회 인천지부의 조남신 지부장(74)은 손자뻘 되는 붉은악마 회원들과 함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막바지 응원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육군 첩보부대 소위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병 조씨가 열렬히 응원하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1개 여단을 파병해 한반도에서 피를 흘린 터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터키 대표팀 응원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 "전쟁에서 진 빚을 월드컵이라는 세계의 잔치를 통해 갚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조씨는 "응원 동작이 마음 같이 되지 않지만 이국 땅에서 목숨을 던진 터키 참전군인들을 생각하면 힘드는 줄 모르겠다"면서 붉은악마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참전 노병들이 서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전쟁 참전국 대표팀을 위한 '보은의 응원단'으로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한국전쟁 참전국은 프랑스 터키 덴마크 남아공 미국 등 5개국. 국가보훈처는 이들 5개국이 선전할 수 있도록 부산 대전 인천 등 참전국의 경기가 벌어지는 각 지역별로 6.25 참전 노병이 주축이 된 '보훈가족 월드컵 응원단'을 구성했다. 오는 6월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터키를 위해서는 2백87명의 응원단이 조직됐다. 인천지역 참전용사 1백20명과 붉은악마 회원, 인하대 호우회(국가유공자 자녀 동아리) 회원 등이 동참하고 있다. 터키 응원단원은 응원뿐 아니라 터키 전통의상 행사를 마련하는 등 문화교류에도 열심이다. 팸플릿을 만들어 터키가 한국전쟁 때 한국을 도와준 나라라는 사실을 인천 시민들에게 알리고 '터키 관광객 홈스테이'도 추진한다. '노병 응원단'은 LG전자 이스탄불 지사 등의 후원으로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찾는 30여명의 터키 참전용사와 함께 경기도 용인에 있는 터키군 참전기념비도 방문할 계획이다. 조 지부장은 "터키군은 6.25 때 3천여명의 병력 손실을 보는 등 우리를 위해 큰 희생을 치렀다"며 "옛 전우들의 후예들이 우리 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힘 자라는 데까지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뿐 아니라 울산(덴마크) 부산(프랑스) 대구(남아공) 대전지역(미국) 참전용사들도 붉은악마 회원들과 함께 응원단을 조직하고 응원연습과 해당국 대표팀 환영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응원단은 또 각국 대표팀의 훈련캠프도 방문해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보훈처는 각 지역 응원단원으로 뛰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 노병을 위해 5백여장의 입장권을 구입해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훈처 제대군인정책관실 백남환 정책관은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은 마침 호국.보훈의 달로 월드컵 성공도 기원하고 6.25 전쟁에 참전했던 UN 참전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응원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