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외국인의 선물매매 패턴에 따라 크게 휘둘리고 있다. 외국인은 23일 선물시장에서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7천5백계약의 매도포지션을 취했다. 전날 5천9백계약의 매수세를 보여 주가를 끌어올린 것과는 정반대였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선물가격은 3.10포인트 급락했고 이는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시켜 증시를 압박했다. 이날 프로그램순매도 금액만 3천3백억여원에 달했다. 증권거래소는 외국인 투기세력이 선물시장에 개입,주가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보고 이날부터 외국인의 선물 매매 패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변덕스런 외국인 선물매매=외국인의 '변덕'에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선물가격이 오르며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돼 지수가 급등한다. 외국인이 5천9백계약 이상의 선물을 순매수한 22일이 그런 양상이었다. 23일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외국인은 전날과 달리 선물시장에서 7천7백계약 이상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쏟아진 프로그램 순매도금액만 3천3백17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네번째 많은 규모다. 개인이 9백억원어치 이상 사들이고 외국인의 순매도금액은 15억원으로 줄었지만 지수는 17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증권거래소 이희설 선물감시팀장은 "선물거래가 많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거래성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투기세력 개입 의혹=외국인의 선물매매 행태는 △매수와 매도 포지션의 '양다리 걸치기'△순간 가격변동을 이용해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투기형 거래' △2∼3일씩 포지션을 유지하는 '포지션 트레이딩' 등 크게 세가지다. 이중 전매도와 환매수 제도가 없어지면서 '양다리 걸치기'는 불가능해졌다. 또 하루하루 포지션을 바꾸는 만큼 '포지션 트레이딩'으로 보기 힘들다. 현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매도규모를 줄이는 등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현물과 선물을 연계시킨 '차익거래'도 아니다. 이에따라 가격변동을 이용,차익을 노리는 투기 거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시 주변에서는 홍콩계 헤지펀드로 선물투기 거래를 일삼는 '홍콩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홍콩 물고기'는 지난 2000년 9월 대규모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선물시장에서 갑자기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서 지수를 급락시켰던 주역으로 지목됐었다. 당시 지수가 690.93에서 613.22로 77.08포인트나 떨어졌었다. 동양종금증권 전균 과장은 "최근 시장을 교란시키는 외국계 투자자는 선물에만 투자하는 투기펀드로 보여진다"면서 "이 펀드는 선물과 옵션매매를 연계시키면서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이 펀드는 얼마전 증시가 상승할 때 대량의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물시장에선 매수세=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이날 15억원으로 줄면서 '팔만큼 팔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 1천2백4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이후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4백50억원어치 가량을 내다팔아 매도규모를 줄여왔다. 외국인이 조만간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SK텔레콤 포스코 한국전력 기아자동차 삼성화재 등을 사들이고 삼성SDI 현대모비스 제일제당 대덕전자 하나은행 등을 내다팔았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