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수출을 꿈꾸는 기업인의 희망이 있지요. 화물을 빼돌리려는 음모가 있고 만선의 배가 침몰하는 좌절도 있어요. 해상 사건은 바다를 무대로 선박이 펼치는 드라마입니다. 바다를 사랑하지 않고는 해상 변호사를 할 수 없어요." 해상전문 로펌인 세경의 최종현 김창준 공동 대표변호사는 '바다에 미쳐' 근 20년째 한 우물만 판 변호사들이다. "김&장의 정병석 변호사와 함께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해상통"(이은 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이란 평을 받고 있다. 지난 97년 세경을 만들기 전까지 최 변호사와 김 변호사는 각각 김&장과 한미(현 광장)에서 13년간 해상부문 팀장급으로 일한 라이벌이었다.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74학번) 사법연수원(11기) 공군법무관까지 13년을 함께 보낸 친구였지만 같은 분야를 택했던 탓에 법정에서 수없이 부딪혀야 했다. 두 사람이 해상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비슷하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활동적인데다 '미개척지'라는 매력 때문이었다. "해상 변호사는 자료 수집부터 소송까지 모든 일을 혼자 해야 됩니다. 사건이 터지면 선원들을 만나고 현장도 살피기 위해 바다로 떠나야 합니다. 법정에도 직접 섭니다. 최소 7∼8년은 파고 들어야 해상전문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지요. '전관예우'도 안통하는 분야예요."(최 변호사) 해상전문으로 외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덕택에 세경을 설립하자마자 사건이 몰렸다. 지난해에는 국내 해상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사건(소송가액 6천억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러시아 업자가 리베리아 선주로부터 1척당 5백억∼6백억원짜리 트롤어선 11척을 빌린뒤 돌려주지 않는 거예요. 선주측이 생선판매대금 1억4천만달러를 빼먹었다는 이유에서였죠. 채권.채무관계가 매우 복잡했습니다."(김 변호사) 두 변호사는 2000년 12월 소송을 냈고 작년 10월 법원으로부터 '배를 넘겨주라'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두 사람은 전문가들을 끌어모아 한국의 '해사 중재제도'를 정비, 국내 해운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각종 분쟁을 해결하도록 돕는게 남은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